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75년)가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요인중 하나는
죠스의 모습을 많이 노출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브루스"란 애칭으로 불렸던 인조 식인상어 죠스는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자주 멈춰섰다.

스필버그로서는 콧등 또는 지느러미 부위만을 잠깐 보여주거나 물살을
가르는 모습으로 죠스의 이미지를 그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것이 오히려 흥행전선에 힘을 실어 주었다.

보이는 위험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마성을 더해 영화의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레니 할린의 새영화 "딥 블루 씨"는 죠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죠스보다 더 빠르고 강하며 사람과 머리싸움을 할 정도로 영리하기까지 한
상어가 거대한 몸집을 그대로 드러낸다.

컴퓨터기술 발전으로 창조된 괴물이다.

"다이하드2" "클리프 행어"로 지상과 눈덮인 산을 긴장감있게 묘사했던
레니 할린이 깊고 푸른 바닷속으로 시선을 돌려 건져올린 생생한 공포의
실체다.

"딥 블루 씨"는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이야기를 따른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수상연구소 아쿠아티카.

맥켈레스터(새프런 버로우스) 박사는 블레이크(토마스 제인)등과 함께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상어를 이용해 사람의 손상된 뇌조직을 재생시켜주는 물질개발에 대한
연구다.

그런데 맥켈레스터 박사가 금지된 실험에 손을 댄다.

상어의 DNA를 조작한 것.

DNA가 변형된 상어들은 5배나 커진 두뇌에 비례해 똑똑해지고 훨씬 강력한
살상괴물로 변해버린다.

이미 세마리중 한마리가 연구소를 탈출했다.

연구비 지원중단을 통보받은 맥켈레스터 박사는 투자사 감독관 러셀(새무엘
잭슨)이 보는 앞에서 상어의 뇌조직을 떼어 신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마취에서 깨어난 상어가 한 연구원의 팔을 물어 뜯고 투자사 관계자
도 집어 삼킨다.

마침 거대한 허리케인이 몰려와 연구소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파괴된다.

상어는 바닷물이 찬 연구소 내부를 헤집고 다니며 살아남은 연구원들에게
허연 이빨을 들이댄다.

영화의 액션장면은 레니 할린의 전작들을 능가한다.

허리케인에 휩싸인 바다, 가라앉은 연구소의 비좁은 공간, 엄청난 압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은 위기상황을 극한으로 몰고간다.

연구원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는 결과를 짐작조차 할 수 없게 이끌어 긴장감
을 점층시킨다.

유머도 적당히 섞여있다.

사람 좋은 흑인 조리장 셔먼(LL 쿨 제이)이 "이런 장면에서는 항상 나같은
흑인이 먼저 희생된단 말이야"라며 푸념하는 장면 등에 폭소가 넘친다.

상어가 뒤로 헤엄치고 뇌의 크기에 비례해 지능이 높아져 총까지 알아본다는
극의 설정에 무리가 따르지만 영화의 재미를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