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홍 < 한양대 교수 / 무역학 >

최근 대우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존재하는
듯하다.

이러한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첫째, 대우문제가 정치적 사회적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여러가지 경제문제가 복합되어 있고 둘째, 이해당사자가
국내외에 걸쳐 다수이며 이들의 국내외 시장에서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결정을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우문제에 대한 정답은 "정답이 없다"이다.

그러나 빈칸으로 답안지를 내거나 시험시간을 더 연장하자고 조를 수도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대우문제는 틀릴 가능성이 있는 답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차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차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세가지 문제 <>과거 대우문제 <>현재 대우문제
<>미래 대우문제를 구별해서 정책목표와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과거 대우문제란 대우와 관련해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한 것이다.

과거 손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매몰비용(Sunken Cost)으로 현재 대우문제
와 별도의 사안이다.

남은 과제는 경영진, 주주, 국내 금융기관, 해외 금융기관, 예금 소유자,
수익증권 소유자, 하청업체, 한국정부와 외국정부, 한국국민 사이에서 손실을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경험으로는 손실부담에 대해선 원칙과 법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능력에 넘치는 약속을 하고, 국민은 정부에 지나친
기대와 요구를 하기도 하고, 경영진은 국민경제를 볼모로 잡기도 하고,
금융기관은 손실을 떠넘기거나 감추기에 급급한 경우도 있었다.

심판관 역할을 하는 정부마저 손실부담의 원칙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과거
대우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아 구조조정이 더뎌진다.

뿐만 아니라 결국 정부와 국내 금융기관, 국민의 손실규모는 점차 커지게
된다.

느린 정답보다 빠른 차선책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현재 대우문제는 그룹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며 과거 대우문제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현재 대우문제는 원칙적으로 주주와 채권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나 이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경험과 의지가 미약하다.

더구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대우 자회사의 국내외 매각은 단기적
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적다.

결국 실패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산업정책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차선책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자회사에 채권단이 대출금의 출자전환
을 통해 증자하여 이자부담을 줄이고 기업 신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반면 현재의 부채수준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자회사는 법에 따른 정리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좋은 사과와 썩은 사과를 한 바구니에 담으면 실제가치보다 저평가되고
문제해결이 더 어렵게 된다.

다음 문제는 좋은 경영자를 고르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활동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많은 유능한 경영자가 훈련되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미래 대우문제는 앞으로 또다른 대우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규모의 차이가 있더라도 대우문제 같은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즉 이것은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이다.

대우문제는 이미 한국의 문제를 넘어서 세계적 문제이며 우리끼리 적당히
실상을 가리고 갈 수가 없다.

전세계는 한국 정부가 시장경제원칙을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당장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당장 이자는 받더라도
신뢰할 수 없는 국가 중 국제시장은 어느 국가에 대출을 할 것인가.

OECD 가입국으로서 한국은 더 이상 국내용 정책과 외국용 정책이 다를 수
없다.

국내 시장의 신뢰만큼 해외 시장의 신뢰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과거 대우, 현재 대우, 미래 대우문제는 개별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이나 간접적으로는 연계되어 있다.

또한 정책수단 선택에 있어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과거 대우문제의 원칙을 고수하면 현재 대우문제가 어려워지고,
현재 대우문제를 추구하면 미래 대우문제가 어려워진다.

결국 세가지 대우문제 해결에 우선순위와 시간표를 결정해야만 바람직한
정책수단 조합이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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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박사
<>KDI 연구위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