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통제국" 말레이시아의 경제회복 배경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1일 말레이시아는 외환규제조치를 해제하며 실질적 경제회복을
선언했다.

이를 놓고 경제학자와 펀드매니저, 기업경영자, IMF관료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논쟁의 핵심은 "과연 마하티르 총리의 외환통제 조치가 경제회복을 이끌어낸
주요인인가"하는 점.

논쟁의 중심에는 폴 크루그만 MIT 경제학 교수와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이 서 있다.

크루그만 교수는 자본규제 조치의 역할을 지지하는 입장.

그는 최근 미국의 경제격주간지 포천에 기고한 글에서 "마하티르 박사의
처방이 말레이시아의 악화된 경제상황을 회복시키는데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그는"외환위기때 자본통제에 나서는 것은 매우 원론적인 처방"이라며
"당시 마하티르가 IMF의 고금리.긴축정책같은 비현실적인 조치를 따랐다면
지금보다 훨씬 비극적인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MF처방은 경제현실을 왜곡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나이스 IMF아.태국장은 "말도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나이스 국장은 최근 일본의 한 금융관계장 회의에 참석, "말레이시아 경제가
회복된 것은 자본통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지 운이 좋았다는 게 그의 주장.

말레이시아가 고정환율제를 도입하고 자본통제에 나선 작년9월 당시에는
이미 인근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고정환율제가 성공할수 있었다는 것.

즉 인근국 통화가치가 계속 떨어졌다면 말레이시아 링기트 가치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되게 돼 수출감소와 지하경제의 팽창으로 마하티르 처방은
실패했을 게 뻔하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마하티르 처방보다는 IMF가 내린 인근국에 대한 안정화 조치가
말레이시아의 경제회복을 이끌어냈다는 논리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6일 몇몇 경제지표가 호전되긴 했지만 아직 말레이시아의
경제회복 논쟁이 벌어질 만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3일 페트로나스 트윈 빌딩 개관식에서
"말레이시아는 원기를 회복했다. 믿을수 없다면 콸라룸푸르의 가게와 식당들
을 둘러보라"고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바로 그 트윈빌딩의 분양이 채 절반도
안된 것은 그의 말을 무색케하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