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부의 신재벌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후속 보완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계는 정부가 이미 발표한 신 재벌정책의 입법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고려될 수 있도록 최대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다만 그룹 총수들이 재계 입장을 주장할 경우 정부의 개혁에 거스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이를 정책에 반영토록 한다는게 재계의
정부정책에 대한 전략이다.


<> 반박 수위놓고 고민하는 재계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 신재벌
정책의 세부 항목에 대한 반박 수위이다.

지나치게 강하게 재계 입장을 주장할 경우 개혁에 반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혁 총론에 따르면서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의지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재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도 "정부와 재계
금융기관은 합의사항의 원활한 실천을 위해 실무차원의 협조체제를 강화한다"
고 합의한 만큼 재계 입장을 밝히는게 결코 개혁에 반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벌에 대한 개혁 취지가 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는 만큼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에 그대로 순응할 수 없다는게 재계의 입장이다.

따라서 보완이나 후속조치가 필요한 대목은 논리적으로 재계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고 마땅한 대안이 있으면 이를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이같은 전략에 따라 회원사의 입장을 수렴한 대정부 건의안을
마련, 9일 열리는 회장단 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 재고해야 할 대기업 정책 =재계는 정부의 신재벌 정책(5+3)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 작업을 마치고 사안별로 재계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대 정부 건의 과정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사외이사 의무비율
도입은 재고돼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이 제도에 대한 보완요구는 충분한 명분이 있는데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후유증도 클 것이란게 재계 나름의 분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의 신재벌 정책에 대한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이들 정책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고 전했다.

재계는 이들 정책을 또다른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뜩이나 자본시장 개방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도입할 경우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특히 많았다.

특히 중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도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위축될 것이란게 재계의 주장이다.

사외이사 의무비율과 관련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제시하기로 했다.

순환출자 및 총수의 전횡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획일적으로 50% 룰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이를 위해 이달 중순께 재계 공동으로 개최하는 공청회에서
미국 유명회사의 사외이사를 초청, 미국 기업의 사외이사 운영실태에 대해
발표토록 해 모범규준 초안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