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소기업 재벌없이 홀로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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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남동공단으로 진입하려면 20분이상 기다려야
한다.
램프를 빠져나가려는 화물차들이 1km 이상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짜증스럽기는 커녕 매우 반가운 일이다.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남동공단은 올해초까지만 해도 죽은 공단이나 다름
없었다.
황량한 대로에 화물차 통행은 자취를 감췄었다.
하지만 경기가 살아나면서 다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이쯤되면 이곳에서 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얼굴이 펴질 만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욱 일그러지고 있다.
경영환경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나는 경영자마다 한숨을 쉬며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
어디가 벼랑인지도 모른 채 안개속을 헤매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대우 사태가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들의 근심은 대우 문제 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재벌압박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재벌에 대해 강력한 규제책을 펴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고소하다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만 대우가 무너지고 수천개 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이나 조업중단의
공포를 느끼면서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챘다.
대우와 거래가 없으면 괜찮을 것으로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협력업체를 거쳐 파장이 점차 자신에게 밀려들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대기업 문제에 대해 이제는 중소기업들이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과 때로는 다투지만 근본적으로 양자가 수레의 두바퀴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세청 검찰청 금감위 공정위 등 각종 권력기관이 재벌조이기에
나서는 것을 보는 중소기업인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또 다시 어떤 재벌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말 헤어나기 힘들다는 걱정에서다.
남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 갤브레이스의 말처럼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불확실성은 기업경영의 가장 큰 적이다.
정부의 정책은 이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벌정책이 외환위기를 간신히 넘긴 중소기업에 안개로 작용하는지,
햇빛으로 작용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 김낙훈 산업2부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
한다.
램프를 빠져나가려는 화물차들이 1km 이상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짜증스럽기는 커녕 매우 반가운 일이다.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남동공단은 올해초까지만 해도 죽은 공단이나 다름
없었다.
황량한 대로에 화물차 통행은 자취를 감췄었다.
하지만 경기가 살아나면서 다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이쯤되면 이곳에서 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얼굴이 펴질 만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욱 일그러지고 있다.
경영환경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나는 경영자마다 한숨을 쉬며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
어디가 벼랑인지도 모른 채 안개속을 헤매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대우 사태가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들의 근심은 대우 문제 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재벌압박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재벌에 대해 강력한 규제책을 펴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고소하다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만 대우가 무너지고 수천개 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이나 조업중단의
공포를 느끼면서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챘다.
대우와 거래가 없으면 괜찮을 것으로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협력업체를 거쳐 파장이 점차 자신에게 밀려들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대기업 문제에 대해 이제는 중소기업들이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과 때로는 다투지만 근본적으로 양자가 수레의 두바퀴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세청 검찰청 금감위 공정위 등 각종 권력기관이 재벌조이기에
나서는 것을 보는 중소기업인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또 다시 어떤 재벌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말 헤어나기 힘들다는 걱정에서다.
남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 갤브레이스의 말처럼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불확실성은 기업경영의 가장 큰 적이다.
정부의 정책은 이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벌정책이 외환위기를 간신히 넘긴 중소기업에 안개로 작용하는지,
햇빛으로 작용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 김낙훈 산업2부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