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신청 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가 이룩한
구조조정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B+쯤 될겁니다. 따라서 개혁의지만
퇴색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존S. 와즈워드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담당회장은 한국경제의 개혁에 대해
비교적 괘찮은 점수를 주었다.

공부를 썩잘하는 우등생은 아니지만 상위그룹에 낄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는데는 성공했다고 평가인 셈이다.

와즈워드회장은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책임자다.

모건스탠리 운영위원회과 경영위원회 멤버로서 실질적인 리더중 한명이란
평가를 받고있다.

그는 모건스탠리가 주관하는 "한국재벌과 구조조정"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와즈워드 회장의 시각은 여느 외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낙관과 비관이 섞여있다.

그는 "제조업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인력과 설비운용 능력을 갖고
있는 한국의 잠재적 성장에너지는 무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혁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서 샴페인을 먼저
터트린다면 다시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속적인 개혁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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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체제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아주 긍정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의 강한 개혁의지가 신뢰를 주었다.

주식시장이 크게 활성화됐고 소비심리도 회복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 모든 것들이 구조조정의 결과 아니겠가"

-하지만 일부 외국기관에서는 아직 개혁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데.

"개혁은 혁명과 달라 하루아침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개혁주체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개혁을 추진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개혁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전세계 지도자중 손에 꼽을 수 있는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왜 점수가 A+가 아니고 B+인가.

"한국경제를 거론할 때 예나 지금이나 문제로 지적되는 것들은 재벌의
구조조정 문제와 금융산업의 낙후성 등이다.

한국은 지금도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있지 않은가.

한국경제는 지난 2년간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앞으로도 해야할 일이 많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개혁결과를 점수로 매기자면 B+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재벌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한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은데.

"나는 정부의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서 그룹이 아닌 각 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개혁 시간표를 제시하는 등 정부가 구조조정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게 있다.

바로 실업 발생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의 예에서 보듯 기업의 구조조정에는 필연적으로 대량실업이 따라온다.

구조조정과 함께 실업문제에 대한 분명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조조정과 실업문제 해결은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직업의 창출로 이 문제를 극복했다.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 정부가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정부도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재벌의 구조조정 속도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속도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다르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중심의 경영체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일이 결코 아니다.

또 이 과정에서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개혁의 과정을 일률적인 틀에 넣어 평가해서는 안된다.

한국정부나 한국의 재벌들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인 시각은 낙관적이다.

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솜씨있는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장의 에너지다.

다만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자본가치를 높이는 경영방식이 보편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경영방식만 선진화된다면 한국경제는 한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본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인데.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몇가지 사항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대우그룹의 처리문제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겪었고 아직 확실하지 않은
대목도 있는 것 같다.

또 몇몇 은행의 매각이 차질을 빚는등 금융부문의 개혁문제도 아직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에 대한 투자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모건 스탠리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인가.

"물론이다.

언제 어느정도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라갈 것이다.

최근 대만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면서 한국의 투자비중이 축소됐지만
이는 한국경제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아니다.

대만이 외화자금 유출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데 따른 투자전략
의 변경일 뿐이다.

일본 역시 과대평가돼 있다"

-하지만 외국자금이 일본에 지속적으로 들어가고 있지 않나.

"시장이 너무 성급하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아 신속하게 대처한 것과는 달리 일본은 구조조정에
대한 열의가 없다.

금융주조조정에만 10년이 넘게 걸렸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엔화강세같은 일부 신호에 대해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모건스탠리는 우량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투자는 늘릴 생각이지만 일본 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미칠 영향은.

"미국은 지난해 세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따라서 올해 세차례 올린다고 해도 원상복귀에 불과하다.

물론 올초 펼쳐졌던 세계적인 금융장세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이 아시아금융위기 이후 안정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한국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는 말인가.

"단기적으로는 주춤거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낙관적이다.

연말에 주가가 지금보다 어느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으로 볼 때 어느 아시아국가보다도 높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대우그룹 계열사의 자본금이 늘어나고 부실회사가 매각된다면 주가는
큰 폭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대우그룹 처리문제에 대한 견해는.

"대우쇼크는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

해법이 제시된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주시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대우사태는 자산매각을 통해 새론운 자금을 유입하고 채무를
조정하느 동시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매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우라는 보틀넥이 해소되면 한국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금융시장에서 직접 참여할 계획은 없나.

"아직은 그런 계획을 잡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소매부분에 진출할 생각이다.

다만 한국 사무실을 대촉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어차피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차근차근 해 나갈 생각이다"

-현단계에서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도 마인드에 있다.

IMF 구제금융신청 때는 한국민이 하나가 됐었다.

정부와 재계 노동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고 각종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공동전선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려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재계및 노동자들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성실히 수행하고 또 앞으로
산적한 문제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개혁의 강도가 약해진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워즈워드 회장 약력 ]

-1963년 시카고 경영대학원 졸업

-1963년 퍼스트 보스톤 코퍼레이션 입사, 부사장, 경영위원회 위원 역임

-1978년 모건스탠리 매니징 디렉터로 입사
기업투자위원회 회장, 모건스탠리벤처 회장 역임

-1987년 모건스탠리 일본지사장

-1992년 모선스탠리 아시아.태평양담당 회장, 홍콩선물거래소 이사,
뉴욕 구겐하임박물관 이사 겸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