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있는 대우 계열사에
대해 "은행관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전반을
확실히 장악할 것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워크아웃을 통한 계열사 자금지원이 채권단의 이기주의와 금감위의 비효율적
인 관리로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대우 혼자 힘으로는 더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절박해졌다.

계열사 공장들이 가동중단될 위기에 빠지고 협력업체들은 부도직전에 몰려
있다.

워크아웃이 성사되기까지는 해당기업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와 채권
금융기관들간 합의, 워크아웃기업과의 MOU(양해각서) 체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소한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우의 경우 이같은 절차를 밟아나갈 여유가 없다.

"당장 링거를 꼽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줘야 하는 환자에게 입원절차만
따지다가는 모두 쓰러질 것"(한빛은행 김종욱 이사)이라는 얘기다.

워크아웃중인 대우를 "은행관리" 하겠다는 발언은 "워크아웃 계획안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상징적인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자금을 지원하면 이를 관리하고 통제할 경영관리단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금감위가 말하는 은행관리는 자금을 당장 지원하고 관리단을 즉각 파견
하겠다는 것이다.

대우 계열사나 채권단은 갑자기 "은행관리"라는 표현이 나오자 금감위의
속셈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하기도 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은행관리라는 말을 썼지만 지금과 크게 달라진게 없다"며
"다만 채권단이 자금지원에 적극 나서고 경영전반에 대한 장악력도 높이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물이 적지않다.

우선 자기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채권금융기관들의 이기적인 태도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6일 열린 대우전자.대우전자부품 채권단회의에 참석한 채권금융기관들은
신규자금 지원방안을 부결시켰다.

주관은행인 한빛은행채권단은 대우전자에 원화운영자금 1천7백50억원과
외상수출어음(DA) 매입자금 3억4천만달러(4천40여억원), 신용장(LC) 발행한도
증액분 8천만달러(9백50여억원) 등 모두 6천7백여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확정, 자금지원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체 채권단회의를 거친후 개별기업에 대한 신규지원을 논의하자"
는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채권단은 7일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을뿐 아무런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대우 부채는 모두 60조원이 넘는데다 이중 절반 가까이가 회사채와 기업어음
(CP)이다.

회사채와 CP를 떠안고 있는 투신사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온 다른 기업의 워크아웃과는 진행양상이
크게 다르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신청으로 대우의 신용도에 금이 간 상태에서
자기신용도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긴급자금을 또다시 투입해야 하는 은행과 투신사들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대우는 지난7월 4조원이면 충분하다고 했고 워크아웃
을 신청할 때는 7억달러면 충분하다고 했으나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돈이 필요할 때마다 긴급자금을 투입하다 보면 금융기관의 부실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