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그림의 작가 이정연이 10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미술시대가 주는 현대미술조형작가상 수상 기념전을 겸한 전시회로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02-720-5114)에서 열리고 있다.

출품작은 우리 고유의 채색재료인 칠(옻)을 사용해 그린 "만남" 시리즈
20여점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원과 화살표 직선 타원형 점선 숫자 문자 대나무통모양 등
이 암호처럼 화면 곳곳에 들어차 있다.

한마디로 추상화를 그린 것이다.

따라서 그림만 갖고는 무엇을 나타내려 한 것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그럼에도 추상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직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완성도 높은
조형성을 자랑하고 있다.

또 다소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으로 붙여진 작품의 부제들이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크게 웃다", "힘든 여행에서
돌아와 단잠이 든다" 등과 같은 부제들이다.

그는 주채색재료로 옻가루를 쓰고 있다.

물론 흙과 생선가루, 먹물도 함께 섞어 만든 재료다.

옻은 다루기가 까다로운 만큼 상당한 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그림그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이정연은 서울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후 미국에 가 서양화와 판화
를 공부했다.

동.서 조형의 양대기법을 마스터한 셈이다.

현재 삼성디자인학교(SADI) 교수로 있다.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