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종필 총리의 일본 방문은 지난해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때
선언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더욱 구체화하고 가시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과거와 다른 한.일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김
대통령이 씨를 뿌렸다면 김 총리는 그 위에 물을 준 셈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되던 일본을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바꾸는
큰 밑그림을 완성시킨 것이다.

<>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 확인 =김 총리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환대는 극히
이례적이었다.

총리 회담 장소로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영빈관을 택한 것이나 김 총리가
도쿄를 떠날때 도쿄역까지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직접 배웅 하는 등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환대가 이어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김 대통령 방일 이후 1년 사이에 일본측의 태도가
엄청나게 변했다"며 "이런 환대가 오부치 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일본 외무성 의전관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 정부의 마음으로부터 우려나온 환대가 새로운
한.일관계의 틀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전에 일본 천황의 방한 추진은 신 한.일관계 형성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재일동포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실시 시기만 남겨 두게 됐다.

<> 한.일간 공동운명체 인식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확인한 것도 커다란 수확이다.

김 총리 수행원들은 "일본 관료들은 아시아 경제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이 잘돼야 일본도 잘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도 IMF(국제통화기금) 환란당시 일본측의 협조에 사의를 자주
표명하며 한.일간 공동체 관계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북 미사일 발사 억제 등 대북문제에 대한 공조도 이러한 인식의 확산
으로 더욱 강화됐다.

특히 심각한 무역불균형 심화현상을 해소하는데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