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은 "학자출신이라 강한 달러를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이색적인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 "변동환율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지난 71년
이후 달러가치는 미국재무장관직을 금융계 출신이 차지할땐 강세를, 정.학계
출신이 쥐게 되면 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결국 학자출신인 서머스 재무장관이 지금의 달러가치 하락세를
막아내고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서머스 장관은 지난 71년 재무장관에 오른 존 코널리 이후 12번째 재무장관
이다.

이중 지난 81~85년 장관을 지낸 도널드 리건(메릴린치 출신)과 95~98년
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골드만삭스 출신)시절에는 달러의 강세기조가 가장
확고했다.

도널드 리건장관 시절에는 달러강세가 무역적자를 눈덩이처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 "쌍둥이 적자"란 용어가 등장했었다.

로버트 루빈 시절에는 일관 달러강세기조로 "강한 달러"라는 말이 하나의
고유명사로까지 자리잡으면서 외국자본유입과 호경기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이에 반해 닉슨 행정부의 존 코널리, 카터 시절의 마이클 블루멘털과
클린턴 정부 초기의 로이드 벤슨등은 달러약세 기간을 대표하는 재무장관들
이다.

이들은 모두 비금융계 출신들이다.

달러약세기간의 장관들중 텍사스출신이 많다 보니 "뉴욕에서 달러를 사고
텍사스에서 팔아라"는 얘기조차 회자될 정도였다.

금융계 출신의 재무장관들은 강한 달러를 통해 투자자금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금리를 낮추는등 경기부양에다 환율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서머스와 같은 비금융계출신 재무장관들은 금융측면보다는
무역정책의 관점에서 환율을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수출을 원활히 하거나 무역적자를 축소시키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선호한다.

지난 7월초 서머스 장관이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 약 8%, 유로화에 대해서는 4% 정도 하락한 상태다.

서머스는 기회있을 때마다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루빈 전장관의 "관용구"를 되풀이하고 있지만 시장개입 등과 같은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머스의 강한 달러 약속은 여러 측면에서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우선 서머스는 루빈과 달리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입장에 처해 있다.

서머스 장관이 일본과 협조해 엔고저지(달러강세유지)의 시장개입에
나선다면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일본과 유럽의 수출업자들을 위해 국익을
희생시킨다"는 비난을 면할 수없게 된다.

미국의 지난해 경상적자가 무려 2천4백억달러나 돼 이미 보호주의 성향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자살행위와도 같은 모험을 벌이기
어려운 것이다.

서머스는 또 부장관 시절부터 민주당의 차기대권후보로 유력한 앨 고어
부통령과의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서머스를 재임명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도 서머스 장관은 강한 달러가 아니라 완만한 달러하락을
유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