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 아이네트 대표이사 >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 이은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높은 인터넷 주식 평가는,
상당히 많은 업체들을 인터넷 비즈니스로 뛰어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들 업체 대부분이 이미 미국에서 2~3년 전에
시작되어 증명된 것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년전 아래아한글이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벤처기업치고 워드프로세서 한번 안 만드는 업체가 드물었지만 시장
에서 성공한 제품은 아래아한글 뿐이었다.

또 얼마전 부각되었던 포인트캐스트 서비스는 국내의 많은 기업들로 하여금
푸시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앞다퉈 채용하게 하다가 시들해졌다.

최근 들어선 야후 등의 성공적인 포털사이트를 따라서 한결같이 디렉토리
검색엔진 회원제서비스 무료 E메일 개인정보서비스(personalization) 등을
갖추고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는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시장을 감안할 때 여러가지 여건상 그 중 몇개만 살아 남을
것이고 또 앞선 기업을 따라하는 모델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을텐데...

왜 이런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인가.

그것은 1등과 2등의 의식 차이에 기인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의 경제개발 논리는 모방에 의한 따라잡기였다.

그간 경제개발의 기본 패러다임은 선진국에서 이미 했던 것들을 우리 고유의
파라미터, 즉 70년대엔 저임금, 80년대는 중간수준 기술을 바탕으로한
틈새시장 진출, 90년대엔 재벌의 자본력을 토대로 자본재 중심의 산업이
주축을 이뤄왔었다.

우리가 1등 국가로 가는데 가장 큰 한계는 역사상 단 한번도 1등 국가였던
적이 없었다는 점일지 모른다.

1등은 스스로와의 싸움이고, 2등은 1등을 쫓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어찌보면 2등에서 1등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따라 잡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1등이 되기 위해 필요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지금 당장
우리 앞에 가는 사람들을 따라 잡는 것에 연연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1등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진정한 개척정신이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