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현역 의원들간에 첨예하게 이해가 상충되는 중선거구제 도입문제에
대해 여권 핵심부가 크로스 보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여권으로서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중선거구제가 당 지도부의
"지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것 보다 의원들의 개인적인 소신에 따른
투표를 보장한 상태에서 통과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래야만 불만을 갖고 있는 일부 소속 의원들을 무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크로스 보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구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의 갈등은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 신당에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가담하는 등 신당 창당에 탄력을 붙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이날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크로스 보팅이 실현될 경우 국민회의 안의 호남출신
의원들과 자민련의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상당수 중선거구제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선거구제로 지역구가 줄 경우 이들 지역의 현역들은 절반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여야간의 협상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확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막바지 단계에 가서는 크로스 보팅을 해도 결코 불리할 것은 없다
고 분석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협상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크로스 보팅 쪽에 무게가 실릴 경우 당내
갈등을 조기에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 상당기간은 크로스 보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