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주가조작사건과 관련, 야당은 2일 정부책임론을 거론하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한 반면 여당은 철저한 검찰수사가 선행되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현대그룹의 주가조작
사기행각은 기업의 부도덕성은 물론 금융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의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금융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이헌재 금융감독
위원장은 물론 금융감독원 관계자들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나아가 "이런 일이 과연 정주영 명예회장일가 핵심인물의 동의와
참여없이 이뤄질 수 있는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며 주가조작의 "몸통의혹"
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야당은 금강산관광 추진등 현대와 정부와 관계를 염두에 두고 현대의
부도덕한 행태를 부각시켜 여권에 타격을 입히고 동시에 "정치권과 연계의혹"
을 쟁점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국민회의는 현대그룹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
서도 철저한 수사와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야당의
정치쟁점화 시도를 막으려 했다.

국민회의는 금감위 간부들로부터 30여분동안 브리핑을 받은 다음에야 당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영일 대변인은 "현대라는 거대한 재벌그룹의 주가조작사건을 조사해
고발조치한 최초의 정부가 국민의 정부라는 점에 긍지를 느낀다"며 "앞으로
재벌의 주가조작 사건은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련은 공식 입장표명을 유보한 상태다.

당초 "금융시장 발전에 저해되는 주식시장의 불공정 거래는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변인 논평을 준비했다가 총재실과 당 정책관계자들이 "아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 이를 취소했다.

이양희 대변인은 "현대는 사건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측은 고발
내용보다 확대돼 있다고 말하고 있어 검찰 수사를 며칠 지켜본 뒤 사건의
실체가 명확해지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 김형배 기자 khb@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