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호주 세미나 의미 ]

이번 세미나의 주요 토의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국의 경제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위기 극복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기 이후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한국과 호주 두 나라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한국의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 왔지만 호주 경제
에도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이전에 호주의 두번째 큰 수출 상대국이었던 한국이
사업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였다고 호주의 경제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외국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한국의
경제위기 발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위기가 터진 후 한국은 IMF가 권고한 많은 구조적 제도적 개혁을
단행했고 이제 새천년을 가늠하는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는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 한국이 늘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이제 한국은
세계화된 국제 경제사회의 중요한 멤버라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한.호경제학회는 정치경제 기업관계 전반에 걸친 한국과
호주 경제의 새로운 천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는 유익한 자리였다.

현재 한국과 호주 경제는 모두 국제화된 시각에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
기술집약적이며 지식집약적인 산업으로 수렴 중이다.

중국이 등장하고 일본이 재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호주는 중장기적으로
따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산 및 영업 비용을 줄여가는 미시적인 차원은 물론 국가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 전반에 걸친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최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이 진행중인 한국에 있어 이번 세미나에서
얻은 값진 토론의 결과 중 하나는 개혁을 통해 많은 것을 바꾸되 한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기초적 장점들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판받고 있는 기업의 과잉투자도 든든한 산업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재벌의 사업다각화도 경제발전의 동인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이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면"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많은 호주와 한국의 학자들이 금융위기이후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은 아직도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다.

따라서 소득 재분배 못지 않게 성장이라는 명제도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21세기를 1백여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경쟁력 강화다.

이를 위해선 전반적인 제도개혁과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근의 경기회복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볼 수 없다.

환율절하와 금리인하,재정적자 등 경기부양정책 등 내부적 요인과 더불어
국제경제 환경이 호전된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개혁의 고삐를 더욱 당기는 동시에 당장 10년 앞을 내다 볼 때
4천6백만 국민들을 무엇으로 먹여 살릴 것인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때까지 현재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산업중 국제경쟁력을 지켜 갈수
있는 산업이 몇개나 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국가와 민족이 번영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모두의 냉철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각계 각층의 요구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국민의 고통과 인내를 호소하고 그들을 이끌어 가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이인실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