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증권 이익치회장 등을 출국금지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검찰 발표대로 현대전자 주가가 과연 조작됐다고 할 수있는지 곰곰히
따져봐야한다는 얘기서부터 바이코리아로 증시활황을 유도, 기업구조조정과
IMF(국제통화기금)탈출의 기반을 만들어놓은 공로는 인정해야하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갖가지 얘기가 들린다.

심지어는 검찰이 옷로비사건등으로 실추된 자신들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경제상황을 도외시한채 무리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전자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유상증자시 전체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 계열사의 자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현대로서는 주가를 끌어올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주가조작설에 대한 반론이다.

다만 현대 계열사가 추가로 현대전자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분율이 20%를
넘어야 지분법에 의한 주식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현대는 설명
했다.

실례로 98년 5월말 현재 현대상선의 현대전자 지분은 19.11%여서 지분율을
20%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전자 주식을 추가로 취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측은 현대 계열사가 추가 매입한 전자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라는 혐의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현대전자의 주식 매매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또 증권시장과 국가경제에 미칠을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우사태로 가뜩이나 치체된 주식시장을 파국으로 몰아 기업의 구조조정은
물론 IMF조기탈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있는 만큼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

총 30조원에 달하는 주식형 및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의 신인도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나라의 주식 및 채권시장은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는데는 모두 공감한다.

특히 공정한 거래를 생명으로하는 증권시장에서 주가조작이 일어났다면 더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이회장은 IMF이후 한국 금융시장을 일으켜 세운 일등공신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끝도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국경제에 희망을 불을 지핀 게 이 회장이다.

한국경제는 끝장났다고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그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했다.

2000년말까지 종합주가지수가 3,000을 돌파할 것이라며 용기를 줬다.

한국경제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자신감도 심어줬다.

그리고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그의 손에는 주식형 수익증권인 바이 코리아라는 깃발이 들려 있었다.

"온국민을 부자로 만들고 한국경제를 살리겠다"게 그의 출사표였다.

실업자가 급증하고, 기업들이 간판을 내리던 그 때 신선한 충격을 일으켰다.

바이 코리아는 증시에 열풍을 일으켰다.

갈 곳을 몰라하던 자금들은 증시로 몰려들었다.

증권시장은 힘을 얻었다.

200선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단숨에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얻은 값싼 자금으로 빚을 갚아나갔다.

6.25이후 최대 국란이라던 IMF는 사실 이렇게 극복됐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성공적으로 단행됐다.

올 상반기 사상최대의 순익이라는 갚진 열매는 이렇게 맺어진 것이다.

깊은 수렁속에 빠져있던 국민들은 비로서 희망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익치라는 이름에는 "한국경제를 살린 사람"라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증권가에서 이익치회장의 신변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회장이 구속될 경우 증권시장에 미칠 파장이 상상외로 클 수 있다고
점에서다.

금융시장은 대우사태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상황이다.

증시도 가까스로 버티며 아찔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시장은 불안할데로 불안해 작은 재료에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증시의 큰 별인 이회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악재중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회장이 최악의 경우 구속된 다면 바이 코리아등에 대한 환매가 나타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간접투자상품에서 자금이 이탈한다는 것은 바로 한국증시의 붕괴를 의미
한다고 말한다.

결국 증시활황-기업자금조달-구조조정-기업실적 개선의 선순환구도가 깨지고
다시 자금이탈-증시침체-구조조정차질-실적악화의 어두운 터널속으로 다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

모 증권사의 임원은 "주가조작이라는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고 전제한 뒤 "그러나 IMF극복의 최선봉에 섰던 공로도 배려해야 할 것"이라
고 말했다.

나라를 망친 무능한 관리들은 무죄로 풀려나는 마당에 IMF를 이겨낸 사람은
왜 처벌받아야 하느냐는 이야기다.

한 증권관계자는 "종합주가지수 1,000는 사실 이익치지수"라며 "여의도에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 것같다"고 우려했다.

< 조주현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