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트퍼시픽그룹의 대한투신 경영권인수 계획은 투자신탁(운용)의 구조
조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대한투자신탁이 외자유치와 국내자금 공모를 통해 자본금을 1조원으로
확대, "독자생존"을 천명함에 따라 투신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과 투신(운용)사 수익증권 환매문제의 장기화에 따른
일부 투신(운용)사의 경영 악화로 "투신구조조정"이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 7월께 투자신탁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금융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일정을 잡았었다.

또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이런 시간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하지만 환매 등의 문제로 구조조정 일정이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신업계에서도 구조조정의 "연내단행", 그것도 이른시일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기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이 예상외로 투신사에 직격탄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
이다.

8월중에만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19조4천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대우문제가 불거져 나왔던 7월19일이후 감소분은 무려 30조원을 넘는다.

IMF 위기중에 공사채형 수익증권 수탁고를 급격히 늘렸던 일부 투신
(운용)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인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신
(운용)사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도 "일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고받고
사태추이를 면밀히 보고 있다"고 밝혀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무엇보다도 대한투신이 발빠르게 독자생존을 선언한 것도 구조조정의 태풍을
먼저 비껴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정부와의 사전교감설도 나온다.

"부실규모가 큰 대한투신을 외자유치 등으로 정상화시켜야 구조조정을
했을 때 정부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증자를 조건으로 대한투신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시켜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과 함께 발표된 서울투자신탁운용의 제3자 매각도
투신구조조정과 일맥상통한 일이다.

따라서 한때 대한투신과의 합병설이 나돌던 한국투신의 경우 외자유치를
하든 국내 자금을 공모하든 나름의 구조조정방안을 서둘러 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투신의 대규모 증자가 가시화되고 경영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 투신
(운용)사 사이에 자금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부실화될 우려가 있는 투신사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건전한 투신으로는
자금이 유입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며 구조조정의 물결을 빠르게
할 것이다.

금감위가 아무리 투신 구조조정을 늦추려 해도 시장은 자체논리에 의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