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판다"

이 말을 비즈니스에서 철저히 실증하는 회사가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하이테크 교덴(대표 정철).

생산제품은 인쇄회로기판(PCB).

휴대폰 단말기에서부터 컴퓨터 자동화기기에 이르기까지 안들어가는 데가
없는 전자 기본부품이다.

보통 여섯겹으로 돼 있는 6층 PCB의 경우 제작 기간은 평균 7일.

하이테크 교덴은 단 이틀로 줄일 수 있다.

납기가 빠른 만큼 당연히 값은 올려 받는다.

정확히 2.5배씩이나...

값이 비싸지만 하이테크 교덴엔 주문서가 쌓여 있다.

전자부품의 경우 납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쟁이 치열한 휴대폰 생산업계엔 더욱 그렇다.

휴대폰은 경쟁업체보다 새로운 모델을 한발 먼저 내는 것이 핵심 관건.

이를 위해선 새 모델 개발때 필요한 PCB를 그때그때 빨리 납품 받아야 한다.

제품의 성패가 걸린 만큼 신제품 개발때 샘플용 PCB를 빨리만 만들어
준다면 "가격 불문"인게 사실.

하이테크 교덴은 바로 이 점을 노려 납기를 줄이는데 승부를 걸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지난 3년간 매출액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96년 32억원, 97년 67억원, 98년 1백32억원.

IMF 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2배씩 불어난 매출은 하이테크 교덴의
성공을 반증한다.

이 회사는 올해도 매출이 작년의 2배인 2백6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엔 또 그 2배인 4백80억원이 목표다.

"고객이 원하는 납기에 맞춰 제품을 제때 만든다는게 회사의 철칙이다.
고객만을 생각하는 서비스업으로서의 제조가 기본 경영이념이다"

정철 사장의 이 말속에 고속성장 비결이 숨어 있는 셈이다.

하이테크 교덴은 실제로 같은 제품이더라도 납기에 따라 5가지 가격을
매긴다.

예컨대 6층 PCB는 표준납기(7일)에 납품하면 정상가격을 받는다.

그러나 특급으로 5일만에 생산하면 정상가격보다 33%를 더 받는다.

마찬가지로 초특급(4일) 마하(3일) 미라클(2일) 등 단계별로 납기를 줄이면
전단계보다 33%씩 가격을 올린다.

그래서 미라클 납기에 맞추면 가격은 정상가격의 2.5배가 된다.

다른 제품도 모든 마찬가지로 납기에 따라 값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

이처럼 납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CIM(컴퓨터통합생산) 시스템
덕분.

제품 수주에서부터 설계 제조 출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컴퓨터로
종합관리되는 시스템이다.

1분 1초의 오차도 없이 거의 동시적으로 생산과정이 관리되므로 납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

게다가 지난 96년 투자를 유치한 일본 교덴그룹으로부터 지원받아 품질을
세계 수준으로 올린 것도 이 회사가 각광받는 이유중 하나다.

하이테크 교덴은 최근 양산체제 구축을 추진중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샘플용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했다.

하지만 앞으론 본격적인 PCB 양산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

"빨리 만드는 것엔 자신 있다. 그런 만큼 양산하더라도 다른 회사보다
납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가격과 품질 모두 경쟁력이
있어 수출을 크게 늘릴 것이다"

PCB 업계에만 20년간 몸 담아온 정 사장.

그는 샘플용 틈새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젠 더욱 넓은 시장
으로 나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032)815-8011

< 차병석 기자 cha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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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 사장이 걸어온 길 >

<> 54년생
<> 중앙대 화공과 졸업
<> 80년 대덕전자 입사
<> 85년 다층PCB 국산화 성공으로 상공부장관상 수상
<> 90년 하이테크전자 창업
<> 95년 중진공 지정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됨
<> 96년 일본 교덴사 투자유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