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 개관 특별전에 출품됐던 신라시대
금동관이 부러졌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보급 문화재의 해외나들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고귀한 국내 문화유산이 해외에 대량으로 나간 뒤 훼손되거나 전시 일정을
채우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문화교류도 좋지만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 국보와 보물에 해당하는 "1급 문화재"가
한꺼번에 10여점 이상 국외로 대여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우리도 이와
유사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일부 학예연구원들도 "전시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해외전시
를 추진할 필요가 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박물관과 문화관광부 관계자들은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문화재의 해외나들이를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재들은 오래전부터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졌지만 한국의
문화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 문화유산을 해외전시에 출품하려 해도 그쪽에서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비용을 우리측에서 지불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충분한 준비나 사후대책 없이 해외전시가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화부측의 얘기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해외로 대여된다"며 "사전에 보험에 들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건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문화재는 지난 57년 미국 워싱턴 국립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전시된 후
지금까지 10차례 해외나들이를 나갔다.

매번 소홀한 대접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의 해외전시에 관한 활발한 토론을 거쳐 올바른
방향을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와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문화재 당국도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국보급
문화재의 해외전시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훼손을 막기위한 사전대책과 철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후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