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의 독립여부를 결정짓는 역사적인 주민투표가 30일 실시된다.

27일과 28일 이틀간 독립 찬성파와 반대파간의 충돌로 최소 7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를 빚은 동티모르는 투표를 하루 앞둔 29일 마치 폭풍 전야처럼
고요한 모습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독립 찬반파 간의 충돌 후 치안유지에 책임을 지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빗발치자 군과 경찰을 통해 억제노력을 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후 결과에 따라 독립지지파와 자치파간 보복과 반격등 지금보다
더 심각한 유혈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티모르민족협의회는 이번이 동티모르가 독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독립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민병대원의 테러위협으로 6만명 이상의 주민이 산이나 교회 묘지로
피신하는 등 공정한 투표가 이뤄질지는 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황 = 면적 1만9천평방m의 작은 섬 동티모르는 지난 16세기부터 1975년
까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그러나 75년 포르투갈의 정정불안을 틈타 인도네시아가 당시 인구 70만의
이곳을 무력침공, 다수의 인명을 살상하면서 이 섬의 비극은 시작됐다.

지금까지 학살과 고문 강간등 온갖 탄압과 인권유린으로 20만명 이상의
주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동티모르인의 독립요구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91년 독립요구 시위를 벌이던 2백50명의 젊은이들이 또다시
학살되자 많은 국가들이 인도네시아를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96년 동티모르 독립운동지도자인 카를로스 벨로 주교와 호세 라모스
오르타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유엔이 적극 개입, 마침내 주민
투표를 실시하게 됐다.

<>전망 = 투표결과는 1주일 뒤 유엔 선거감시단이 공식 발표한다.

유엔은 친인도네시아 민병대의 보복을 우려해 전체 투표결과를 한 데 모아
발표키로 했다.

현재로선 독립파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독립파가 선거에서 이겨도 바로 독립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상원)가 독립을 인준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선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등 민족주의 성향
이 짙은 의원들은 인준을 거부할 태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가면 전체 영토의 1백분의1정도에 불과한 동
티모르의 독립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주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혼란과 폭력사태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파가 선거에서 이길 경우 민병대의 게릴라식 보복이 격렬해질 가능성이
크다.

자치파가 이기더라도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

대규모 부정선거 시비로 게릴라전이 촉발될 경우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책임을 돌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김재창 기자 charm@ >

[ 동티모르 사태 일지 ]

<>75.12.5 =인도네시아군 침공, 주민 다수 사살
<>76.7.17 =인니, 동티모르 27번째 주로 편입
<>91.11.12 =인니군, 독립요구 시위대에 발포 2백50명 이상 사살
<>92.11.20 =동티모르 반군 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 체포
<>98.6.12 =인니, 정치범 13명 석방. 자카르타서 독립요구 시위
<>98.6.20 =인니 외무장관 동티모르 자치부여안 제의
<>98.7.24 =인니군 1천여명 동티모르서 철수
<>98.8.5 =포르투갈, 동티모르 자치협상 개시 합의
<>99.5.5 =인니.포르투갈, 자치 허용협정 서명
<>99.7.13 =유엔.인니, 8월30일 주민투표 실시 발표
<>99.8.30 =주민투표 실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