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내달 1일 "제2 개청"을 선언한다.

이날 종로 타워빌딩(옛 화신백화점 자리)으로 이사를 하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한다.

국세청은 새 심벌마크와 로고타입을 만들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미에서 "개청"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했다.

국세청 인력이 절반 이상 투입되던 "세무간섭업무"는 거의 없애기로 했다.

세무공무원들이 납세자들을 찾아다니며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설득하고 심
지어는 세무신고서까지도 대신 작성해주는 일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국세청은 대신 서비스와 세무조사를 "핵심역량"으로 선정, 힘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7백76명이 근무하던 서비스업무에는 4배가 넘는 3천3백92명을,
2천5백83명이 있던 세무조사업무에는 두배에 육박하는 5천69명을 인사발령
한다.

이는 조세행정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한 세무사는 "지방국세청 단위까지만 있던 조사과가 일선세무서에까지 신설
될 경우 세무조사가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체계도 전면적으로 바꾼다.

세목별로 나눠놓았던 조직을 업무기능별로 재편한다.

어떤 세목이든 상관없이 조사만 전담하는 조사국,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만
열심히 하는 납세지원국, 법인납세자를 상대하는 법인납세국, 개인납세자를
책임지는 개인납세국 등으로 바꾼다.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조치들도 잇따랐다.

지역별로 담당세무공무원을 정해놓는 지역담당제를 폐지시켰고 세무공무원
이 납세자를 만날 때는 반드시 상급자에게 사전 출장보고를 하도록 했다.

납세자들과 세무공무원의 접촉기회를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세금신고에
서 우편신고를 권장하고 있다.

직접 신고하러 온 사람이 있으면 신고센터에서만 서류를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장밋빛 청사진이 어느 정도 실천될지는 미지수다.

한 세무사는 "국세청에서 수백가지 비리방지책을 만들면 빠져나가려는 음성
적인 노력도 그보다 더욱 격심해지게 마련"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