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세상의 모든 유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거리를 갖고 있다.

때로는 한 시대의 정치.경제.사회제도를 소상히 전해주기도 하고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한다.

"유물로 읽는 우리 역사"(이덕일.이희근 저, 세종서적, 1만원)는 고대로부터
근.현대까지의 유물들에 담겨있는 역사를 더듬어 그 뿌리를 캐내보려는
책이다.

제1부 고대편은 베일에 둘러싸인 가야의 비밀을 들춰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의 왕국 가야와 임나일본부설의 관계,한.일 양국 사학계의 끈질긴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던 "칠지도"를 둘러싼 갖가지 견해를 소개한다.

찬란한 신라 금관이 고대인들의 신앙세계를 보여주는 제기였을 가능성도
생각해본다.

2부 고려편에서는 "삼국사기"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 대한 재조명작업이
눈에 띈다.

학계에서는 "삼국유사"가 단군설화나 고대 야사및 설화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삼국사기보다 자주적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들은 그러나 삼국사기는 유교적 합리주의의 시각에서 쓰여진 "정사"
로서의 의미가 있고 삼국유사는 정사에 빠진 부분을 보완하는 야사로서
상보적인 관계라고 강조한다.

3부 조선편에는 경복궁을 통해 본 조선왕조의 영광과 굴욕의 역사,
열녀문과 은장도에 비친 조선시대 여성수난기, 풍속화 속에 남아있는 조선
서민들의 삶을 비롯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4부 근.현대편에선 선운사 마애불이 동학농민봉기 확산에 어떻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와 서구 열강에 대항한 자주독립의지의 표상이었던 독립문,
풍운의 정치사를 안고 있는 운현궁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유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흥미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