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강화에 열정을 쏟았던 고 최종현 SK회장은 평소 국가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고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발언은 경제위기가 현실로 닥쳐온 뒤 그 참뜻이 무엇이었는지를
공감하게 한다.

다음은 고 최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통화안정증권은 10년전 무역흑자가 3백억달러까지 올라가던 때 국내
통화량 조절을 위해 기업돈을 증권으로 빨아간 것이다.

이제는 기업이 적자상태이므로 그 돈을 돌려 주어야 한다.

( 98.2.9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30대 그룹 총수 간담회 )

<> IMF가 한국정부와 분기별로 물가상승률, 성장률, 통화증가율 등 거시
경제지표를 설정하는 것은 프리드먼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나도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프리드먼의 이론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도 촌스럽게 지금이 어느 때인데 통화량 얘기를 하느냐고 말한다.

통화증가율이 내려가고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통화량을 규제하지말고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

( 98.1.13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조찬회동 )

<> 실명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국제수지 적자가 2년간 4백억달러
로 급증하고 기업들이 최악의 자금난을 겪는 원인이 됐다.

실명제도입 긴급명령조치를 해제하면 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지하자금이
유통되면서 자금경색을 완화할 것이다.

( 97.11.13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이 발언이후 정부는 SK그룹 부당내부
거래 조사에 착수 )

<> 금융시장을 과감히 열어 금리를 국제수준으로 낮췄다면 기아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기아 화의조건을 보더라도 금리를 6%대로 요청했다.

국제금리 수준이면 회생시킬 수 있다는게 기아의 판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정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금융시장을 개방하면 금리도 자연히 내려갈 것이다.

정부는 규제와 간섭을 버려야 한다.

시장경제에 맡겨 경영에 실패하면 망한다는 시장의 엄벌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 97.9.23 전경련 회장단회의 후 가진 기자 간담회 )

<> 21세기 과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자유로운 개인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인 면에서 모두 풍부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원숙한 사회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는 경제를 중심으로 사회가
체계화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현존하는 선진국의 조직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안되며 그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

( 97.7.30 미국에서 요양중 가진 21세기 국가정책방향 토론회 )

<> 1천억달러 수출달성 이후 경쟁력을 상실하고 무역적자폭이 확대되는데
대해 재계가 책임을 느끼고 있다.

기술개발, 감량경영, 불요불급한 기구축소 등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

근로자에 앞서 경영자의 임금을 동결해 근로자의 동참을 기대하며 열심히
할 것이다.

( 96.9.24 김영삼 대통령 중남미순방 경제사절단 회의에서 )

<> 기업에서는 창의력이나 기술개발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금리나 노사문제가 현재로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규제완화도 2000년 이전까지는 다른 나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완화해
주어야 한다.

( 96.5.7 청와대 21세기 한국경제 장기구상 보고회의 )

< 정리= 최완수 기자 wan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