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란 고객을 주어로 하는 동사와 같은 것입니다. 주어가 없으면 동사는
의미가 없죠. 경영자의 역할은 고객, 주주, 직원들간에 긴밀하게 연결된 욕구
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사의 최고경영자인 프랑수아 미슐렝이
들려주는 말이다.

미슐렝 회장이 프랑스의 두 언론인 이반 르바이(트리뷴 편집장), 이브
메사로비치(그룹 엑스팡시옹 편집장)와 나눈 대담을 옮긴 "우리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문신원 역, 청림출판, 8천원)가 출간됐다.

평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자"로까지 불리던 미슐렝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책이어서 출간 당시 프랑스에서도 화제가 됐었다.

미슐렝 회장은 대담에서 자본주의를 "행위에 따르는 결과가 반드시 평가되는
체제"라고 정의한다.

책임의식을 강조해온 그의 기업관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신발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고객의 발이 신발에 잘 맞을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그 신발이 고객의 발에 잘 맞는지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실질적인 욕구를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전세계 12만 종업원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로서의 인간적인 고뇌도
보인다.

미쉐린사를 창업한 그의 할아버지 에두아르 미슐렝이 회사 이름을
가문에서 따온 것을 후회했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회사의 명예를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솔직히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는 "이름을 내건다는 사실은 더욱 신중하게 일을 하겠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라면서 보다 인간적인 경영이 가능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한다.

이밖에 기독교 윤리와 자본주의의 양립 문제,마르크스의 사상, 프랑스의
미래 등에 관한 그의 깊이있는 성찰이 대담속에 담겨있다.

미슐렝 회장은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오는 10월초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
기업인과 대학생들과 만날 예정이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