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펼쳐진 바닷가 백사장.

피서객들의 발걸음으로 어지러운 모래사장 아래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곳에도 생명체가 있을까.

25일 오후 10시15분에 방송되는 KBS1 "환경스페셜-생명탐험, 모래"(연출
최영송, 부산총국)는 모래속 생태계를 들여다보는 자연 다큐멘터리다.

모래톱, 모래갯벌, 수심 1~2m 아래의 모래해저 등을 무대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가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다.

카메라는 모래 알갱이 틈새에서 서식하는 지름 0.1~1mm 크기의 미세한
간극동물을 쫓아간다.

우렁이와 조개를 조그맣게 축소한 듯한 유공충류, 패충류 등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간극동물들을 소개한다.

요각류의 짝짓기와 부화장면, 몸의 모양을 마음대로 바꾸는 편형동물
등의 신비로운 장면들을 화면에 담았다.

1차 생산자 역할을 하는 간극동물은 생태 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간극동물이 사라진다면 상위 생태계도 파괴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바다의 모래에 살고 있는 간극동물은 1입방미터 당 평균 1만~10만
마리.

제작진은 간극동물 전문가인 한국해양연구소 김동성 박사와 함께 시화호
모래사장에서 분포를 측정했지만 결과는 1입방미터당 2백마리 이하로
나타났다.

그나마 산소에 민감한 요각류 선충류 등은 아예 찾아볼수 없었고 오염에
강한 단각류 등 2종류의 간극동물만 발견돼 오염의 심각성을 확인할수
있었다.

제작진은 모래 사이에서 세포질 운동을 하며 활발히 움직이는 미소조류의
모습도 보여준다.

파도가 들어올때는 모래입자에 붙어 있다가 물이 나가면 광합성을 위해
모래 표면 위로 올라오는 규조류 남조류 등 미소조류의 생태를 공개한다.

최PD는 "사람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모래 아래에도 또 하나의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싶었다"면서 "간극동물과 미소조류같은
1차 생산자가 생태계 전체 시스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수
있었다"고 말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