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의업체 좋은사람들 영업부의 박대리(30).

몇년째 매달 둘째주 월요일이면 그의 전화통에는 불이 났다.

통화 내용은 매번 같다.

"네, 지난주에 주문하신 제품요, 전화로 발주했으니까 3~4일 안으로 도착할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고객인 대리점 담당자들이 모두 같은 날 제품 주문 현황을 물어와 이 날은
전화받느라 다른 일이 거의 스톱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박대리는 입사후 계속해온 전화 사역을 지난 4월부터 면하게 됐다.

좋은사람들이 전사적으로 구축한 인터넷 매장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인터넷을 통해 본사 매장관리 시스템에 접속하기만
하면 발주 상황을 한 눈에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주문한 내용을 본사가 공장에 전했는지 물건은 언제쯤 받을 수 있을
지를 모두 인터넷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대리점에서는 매달 월말에 제품 판매와 재고 현황을 파악, 본사로 발주하는
번거로운 업무를 마치게 됐다.

그날 그날 판매현황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좋은사람들(대표 주병진. www.J.co.kr)은 지난 4월 전산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이 회사의 전산시스템은 <>인터넷 매장관리 시스템(98년9월 구축)
<>콜서비스 센터(98년11월) <>데이터웨어하우징 시스템(99년4월)의 세 부문
으로 나뉜다.

시스템은 좋은사람들 경영정보실과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 오라클,
의류유통전문 컨설팅업체인 아이트리컨설팅이 함께 개발.구축했다.

서버는 컴팩 PLT/3000, 데이터베이스(DB)는 오라클8.05와 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서버 4.0을 썼다.

인터넷 매장관리 시스템은 본사와 대리점등 각 매장의 정보 공유를 위한
도구.

이전까지 영업사원을 두고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던 신제품 공급과 매장간
제품 수평이동 매장 불편사항 신고등의 문제를 인터넷에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판매관련 정보보다는 본사와 각 매장사이의
정보공유 기능이다.

조기형 경영정보실장은 "고객과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매장의 생생한
소리를 듣고 본사와 대리점이 다양한 정보를 시차없이 나누게 되면서 회사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본사에서는 예정된 판촉행사.할인판매 계획등을 모두 대리점들에 공개한다.

인기상품 독점 경쟁등의 부작용 때문에 꺼렸던 재고내역도 인터넷에 올렸다.

회사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대리점들이 여기 맞춰 준비하고 일체감도
느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역으로 대리점에서도 주변상가의 움직임이나 제품에 대한 호응도등 정보를
본사로 보낸다.

정확한 수치자료뿐 아니라 느낌으로 감지되는 주변 동향까지도 모두 띄운다.

본사에서는 이 정보들을 취합해 중요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한다.

인터넷 매장관리 시스템은 데이터웨어하우징(DW)시스템과 만나 시너지효과를
낸다.

DW시스템을 통하면 단편적인 매출.반품 자료가 중요한 정책판단 근거로
탈바꿈한다.

조기형 실장은 DW시스템 분석을 통해 <>일년중 6~8월 매출이 가장 낮다
<>7월부터 A 브랜드 상품 반품률이 급증했다 <>소아용 제품은 매출 기여도가
낮다는 등의 팩트를 뽑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대리점을 파악해 별도 관리하거나 경쟁업체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끌어내기도 했다.

좋은사람들은 직원들의 정보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DW 운용과 활용법에
대한 시험도 실시하고 있다.

사이버 콜센터에서는 일반 고객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물론 대리점
관계자들이 전하는 고충을 E메일로 받고 있다.

대리점 관계자가 본사에 요청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일등
불편한 점을 모아 사이버 콜센터에 전하면 콜센터에서는 이 내용을 직접
본사 임원급 담당자에게 전한다.

이렇게 되면 대개 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대응조치가 취해진다.

좋은사람들은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뒤로 본사에 대한 대리점의 신뢰가
높아지고 사장되던 정보를 살리게 돼 업무효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좋은사람들은 직원 3백70여명에 전국에 3백50여곳의 대리점이 있다.

97년 이전까지 매년 2백%씩 성장하다가 97년말 IMF 한파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이상 매출이 늘었다.

경기 회복도 한몫 했지만 이 회사측에서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덕도 크다고
해석한다.

지난해 4월부터는 쇼핑몰을 개설, 현재 매달 4천만~5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내의는 겉옷과 달리 사이즈와 소재만 알면 부담없이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좋은사람들은 지명도도 높아 전자상거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여기에 옷감과 재봉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클로즈업 동영상까지
제공하는 등 사이트 내용이 충실해 더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액에 따라 보너스를 주는 마일리지 회원수는 5만명에 이른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