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 사무실로 개조 성공사례 ]

지난해 IMF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부동산중 하나가 업무용빌딩
시장이다.

공실을 모르던 서울 도심과 강남에서조차 빈 사무실이 속출하고 임대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건물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고통이 심했다.

임대보증금을 못내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되듯이 이같은 상황에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치로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이 있다.

시장흐름의 변화를 읽고 발빠르게 대처하면 살 길이 열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에서 작은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강석형(52)씨는 애물단지였던
업무용빌딩을 "세미텔"이란 틈새상품으로 바꿔 재테크에 성공한 사례다.

그는 IMF한파가 몰아치던 지난해 6월 강남 삼성동 테헤란로 이면도로변에
업무용빌딩을 완공했다.

1백44평의 대지에 지하3층 지상8층 규모로 지은 말끔한 새 빌딩이었다.

그 역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물을 짓는 동안 자금난으로 갖은 고생을
겪었다.

그러나 건물을 준공하자 이번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IMF여파로 빌딩임대가 안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빌딩은 물론 인근 건물들에도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임대가격을 내려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건물을 완공한지 3~4개월이 지나도록 건물의 80%이상이 비어 있었다.

자금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사무실이 나갈 기미는 보이지 않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빈 건물을 채우기위해 동분서주하던 강씨는 그러던 중 한국경제신문
지면에서 세미텔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됐다.

인터넷 관련사업자와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소형 사무실 임대사업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IMF여파가 낳은 새로운 트렌드였다.

관련 전문업체를 방문한 강씨는 한줄기 희망을 품게 됐다.

자신의 빌딩을 리모델링을 통해 세미텔로 바꾸면 임대가 잘되고 수익률도
사무실로 임대할 때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강씨는 시장조사끝에 사무실을 놀려 두느니 한번 바꿔보자고 결정을 내리고
지난해말 2개층에 대해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세미텔로 개조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8천만원(평당 1백70만원).

공사비가 평당 80만~1백20만원인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보다 다소 많이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개월동안의 리모델링 기간중 19가구 전부를 임대했고 대기자도 20여명이상
확보했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알음알음으로 수요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임대료 수준도 시중금리의 2배이상인 연24%에 달한다.

강씨는 19가구 전부를 보증금 없이 월2%로 임대해 매달 9백31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중 실내장식 집기구입비를 포함한 총 투자비용에 대한 월 감가상각비용
1백29만원, 관리인건비 1백만원, 유지관리비(전기 수도 전화세) 1백만원을
빼면 매달 6백만원의 순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이는 2개층을 통째로 임대할 경우 들어오는 월 4백76만원의 수입보다 30%
이상 많은 금액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임대난도 해결하고 높은 수익을 올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강씨는 현재 사무실로 임대를 주고 있는 나머지 층들에 대해서도 세미텔로
바꿀 것을 검토중이다.

강씨의 건물을 세미텔로 바꾼 수목건축 서용식 사장은 "부동산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중 하나는 시장변화 흐름에 맞게 효용가치를 높이는 것"
이라며 "소자본으로 창업하려는 전문직종사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세미텔의 사업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