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의 책임자로 기소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호원 부장판사)는 20일 강경식 김인호 두
피고인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외환위기와 관련된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혐의는
무죄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두 피고인이 진도그룹과 해태그룹에 협조융자를 지시한
것은 부당대출압력이라고 판단, 유죄를 인정해 자격정지 1년씩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이로써 환란사태는 지난 97년11월 IMF행이 발표된지 1년10개월여만에 1차
사법적 판단을 받고 일단락지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외환사정의 심각성을 의식적으로 축소
또는 은폐보고했다는 증거나 고의성은 찾을 수 없다"면서 "피고인들에게
조속히 IMF행을 결정하지 못한 점을 탓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직무범위
내에서 외환위기 대책을 마련한 만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후임 부총리에 대한 인수인계도 통상 부하직원에 의해
이뤄지는 데다 후임 임창열장관도 IMF행 논의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직무유기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아사태와 관련, 재판부는 "기아부도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강 피고인이 채권은행단과 협의를 통해 대책을 지시한
것을 두고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외환위기와 별건으로 기소된 두 피고인의 협조융자 지시에
대해서는 부당대출압력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담보제공 능력과 대출금상환 및 정상화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고
진도에 1천60억원, 해태에 1천억원의 협조융자를 채권은행단에 지시한 것은
부당대출압력"이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하지만 당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흔적이 있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자격정지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강, 김씨는 97년 10월말 윤진식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한국은행 관계자
등으로부터 외환위기 상황과 심각성을 보고받고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은폐, 축소보고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됐다가 같은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한편 강 피고인에 징역 4년, 김 피고인에 징역 3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직무유기 혐의 등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시민단체 등은 "환란혐의가 무죄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