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보다는 만화판의 갱스터가 되는쪽을 택하겠습니다. 10대 아이돌스타들
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연예계와 청소년을 길거리로 모는 교육제도에도 계속
테러를 가할 생각입니다"

"힙합"의 만화작가 김수용씨(28세).

노랗게 염색해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맨 모습이 영락없는 신세대작가다.

그는 시쳇말로 요즘 한창 뜨는 작가다.

6권까지 나온 힙합이 올초 출판이후 줄곧 판매와 대여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청소년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의 만화는 소재부터가 독특하다.

헤드스피닝(head-spinning) 처럼 땅바닥을 이용한 "올드스쿨(oldschool)
힙합"을 재료로 삼았다.

춤이라는 전문분야를 만화로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무용학원을 운영하셨던
어머니의 영향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춤을 접했던 그는 초등하교 6학년때 마이클잭슨의 "문워크
(moon walk.달걸음)"를 처음 본후 춤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고등학생 시절 언젠가 자신의 춤을 만화에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춤실력만으로는 만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 96년 방송국에 들어가 직접 댄서활동을 체험하면서 만화속의
주인공 캐릭터를 머릿속에 그렸다.

만화속에는 20대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허황되게 스타를 꿈꾸는 10대와 모순된 학교교육까지 비판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청소년들의 반발심리를 툭툭 건드린다.

"만화내용과 제 학창시절모습은 닮은꼴입니다. 저도 학창 시절 춤때문에
많은 갈등을 했었죠. 제가 보기엔 요즘 아이들은 백댄서를 가수가 되기 위한
전단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이를 돈벌이에 교묘히 이용하고요.
저는 제 만화를 통해 이런 잘못된 힙합문화를 지적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7권부터는 사진자료와 함께 고난도테크닉 위주의 힙합을 다룰 생각
이다.

그동안 힙합을 전혀 몰랐던 독자와 힙합춤을 아는 독자사이에서 고민하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다 하지 못했다는 반성 탓이다.

요즈음 그는 해외에서 고난도 힙합사진자료를 구입하느라 바쁘다.

부족한 것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자신의 춤동작을 비디오로 촬영한 자료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힙합의 양대산맥의 한 축인 올드스쿨힙합을 다룬 1부가 끝나면 2부에서는
뉴스쿨힙합을 다루게 된다.

"96년 데뷔작 반응이 워낙 시원치않았던터라 이젠 웬만해서는 놀라지도
않아요. 주위에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공격하는 이야기를 2부
뉴스쿨힙합까지 가져갈 생각입니다"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