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제2의 해방을 위하여 .. 노성태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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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에 있어서는 마지막이라고 할 광복절을 맞이하고 보니 여러가지
감회가 치솟는다.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 옛노래의 가사가 말해주는, 54년전
일제치하에서 벗어날 당시의 환희와 희망은 이제 많이도 퇴색된 것 같다.
노래의 가사는 "싸우고 싸워서 세운 이 나라..."로 이어지지만 우리 스스로
가 싸워 이겨서 되찾은 조국의 해방이나 독립은 아니었다.
우리가 가장 애석해 하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8.15 광복후의 새 세상에서도 일반 국민들은 해방과 자유의
기쁨을 제대로 누려오지는 못했다.
일제에 빌붙어 조선사람들을 구박해대던 친일세력은 청산되기는커녕 어느새
모습과 목소리를 바꾸어 이제는 독재자의 하수인으로서 종전에 못지않은
권세를 누리게 됐던 것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과거 50여년간 우리국민들은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관료조직하에서 적지않은 압박과 설움을 받아왔다.
초기의 관료사회에서 친일 잔존세력의 영향력이 상당했음은 공인된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관료조직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대해지면서 국민들을 옥죄어
왔다는 것이다.
경제개발 초기에 민간부문을 앞에서 끌기도 하고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여
산업진흥과 소득증대에 기여했다는 점은 공적으로 인정돼야 하겠지만 정부의
통제와 간섭은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
특히 심각한 쪽이 금융부문이었다.
5.16 직후 민간재산가들의 주식을 몰수하다시피 해 시중은행을 사실상
국유화한 이래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기관을 자신의 직속 하부기관으로
간주하여 인사.행정.경영의 모든 부문을 통제해 왔던 것이다.
시중은행이 민영화된 이후에도 이런 관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부는 금융을 장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기업들을 장악하게 됐고 사실상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행사해왔던 것이다.
관치금융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사정을 요약해주고 있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정책당국은 때로는 정치논리에 따라, 혹은 자신들의
밥그릇 보호를 위해 각종규제를 도입하거나 무리한 정책까지 밀고나가는
경우가 적지않아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게 됐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이나 일반국민들은 당국의 압력에 굴해 시키는 대로
따라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극에 달해 터져나온 것이 97년 외환위기였다.
국민들의 실망감과 고통은 엄청났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없지 않았다.
잘만 넘기면 국가는 환골탈태의 새 모습이 될 것이고 국민들은 보다
자유롭고 풍요해질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IMF가 들어오고 새정부가 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만 해도 그런 기대는
살아있었다.
정치 정부 공기업 금융 민간기업 노사관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균형잡힌
개혁조치들이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이 진행되고 고통을 받는 쪽은 기업 등 민간
부문이었고 정치 정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개혁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그 결과 정부의 힘과 간섭의 정도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
얼마전 외국 연구기관이 발표한 국가간 비교연구에서도 한국정부는
시장개입과 경제간섭면에서 조사대상 국가 47개국중 가장 심하다는 불명예를
안게 된 바 있다.
더욱 힘을 얻은 관료들은 이제는 환란의 책임을 거의 금융이나 민간기업쪽에
전가하는 한편 재벌개혁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대기업을 채찍질하고 있다.
광복후에도 기세등등했던 친일파들의 소행을 연상케하는 장면이다.
이것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위기재발의 가능성 또한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민간기업이 성공적으로 개혁된다하더라도 정부쪽의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경제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점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명백해진다.
일본기업, 특히 제조업은 우리 같은 소유집중의 문제가 없으며 탄탄한
재무구조와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성에 의한 관치금융은 일본경제를 궁지에 몰아넣어
거의 10여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가운영의 방향은 이러한 관료조직의 악습을 타파하고 국민들에게
제2의,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 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시혜적인 조치로 일시적인 인심이나 인기를 얻는 것보다 규제와 관료주의의
혁파를 통해 국민들의 자유를 보다 신장시키고 자발적인 노력과 창의력을
분발시켜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정치 행정 공기업 부문의 개혁을 재점검해
보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새천년의 첫 광복절때는 좀더 큰 해방감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
감회가 치솟는다.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 옛노래의 가사가 말해주는, 54년전
일제치하에서 벗어날 당시의 환희와 희망은 이제 많이도 퇴색된 것 같다.
노래의 가사는 "싸우고 싸워서 세운 이 나라..."로 이어지지만 우리 스스로
가 싸워 이겨서 되찾은 조국의 해방이나 독립은 아니었다.
우리가 가장 애석해 하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8.15 광복후의 새 세상에서도 일반 국민들은 해방과 자유의
기쁨을 제대로 누려오지는 못했다.
일제에 빌붙어 조선사람들을 구박해대던 친일세력은 청산되기는커녕 어느새
모습과 목소리를 바꾸어 이제는 독재자의 하수인으로서 종전에 못지않은
권세를 누리게 됐던 것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과거 50여년간 우리국민들은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관료조직하에서 적지않은 압박과 설움을 받아왔다.
초기의 관료사회에서 친일 잔존세력의 영향력이 상당했음은 공인된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관료조직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대해지면서 국민들을 옥죄어
왔다는 것이다.
경제개발 초기에 민간부문을 앞에서 끌기도 하고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여
산업진흥과 소득증대에 기여했다는 점은 공적으로 인정돼야 하겠지만 정부의
통제와 간섭은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
특히 심각한 쪽이 금융부문이었다.
5.16 직후 민간재산가들의 주식을 몰수하다시피 해 시중은행을 사실상
국유화한 이래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기관을 자신의 직속 하부기관으로
간주하여 인사.행정.경영의 모든 부문을 통제해 왔던 것이다.
시중은행이 민영화된 이후에도 이런 관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부는 금융을 장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기업들을 장악하게 됐고 사실상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행사해왔던 것이다.
관치금융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사정을 요약해주고 있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정책당국은 때로는 정치논리에 따라, 혹은 자신들의
밥그릇 보호를 위해 각종규제를 도입하거나 무리한 정책까지 밀고나가는
경우가 적지않아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게 됐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이나 일반국민들은 당국의 압력에 굴해 시키는 대로
따라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극에 달해 터져나온 것이 97년 외환위기였다.
국민들의 실망감과 고통은 엄청났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없지 않았다.
잘만 넘기면 국가는 환골탈태의 새 모습이 될 것이고 국민들은 보다
자유롭고 풍요해질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IMF가 들어오고 새정부가 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만 해도 그런 기대는
살아있었다.
정치 정부 공기업 금융 민간기업 노사관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균형잡힌
개혁조치들이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이 진행되고 고통을 받는 쪽은 기업 등 민간
부문이었고 정치 정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개혁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그 결과 정부의 힘과 간섭의 정도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
얼마전 외국 연구기관이 발표한 국가간 비교연구에서도 한국정부는
시장개입과 경제간섭면에서 조사대상 국가 47개국중 가장 심하다는 불명예를
안게 된 바 있다.
더욱 힘을 얻은 관료들은 이제는 환란의 책임을 거의 금융이나 민간기업쪽에
전가하는 한편 재벌개혁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대기업을 채찍질하고 있다.
광복후에도 기세등등했던 친일파들의 소행을 연상케하는 장면이다.
이것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위기재발의 가능성 또한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민간기업이 성공적으로 개혁된다하더라도 정부쪽의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경제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점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명백해진다.
일본기업, 특히 제조업은 우리 같은 소유집중의 문제가 없으며 탄탄한
재무구조와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성에 의한 관치금융은 일본경제를 궁지에 몰아넣어
거의 10여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가운영의 방향은 이러한 관료조직의 악습을 타파하고 국민들에게
제2의,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 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시혜적인 조치로 일시적인 인심이나 인기를 얻는 것보다 규제와 관료주의의
혁파를 통해 국민들의 자유를 보다 신장시키고 자발적인 노력과 창의력을
분발시켜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정치 행정 공기업 부문의 개혁을 재점검해
보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새천년의 첫 광복절때는 좀더 큰 해방감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