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달러당 강세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오름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유로화에 대해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3개의 기축통화(달러 엔 유로)중 "엔화 독주시대"가 오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내민다.

일본 금융당국은 현재 엔고저지의 적절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수수방관하긴 어려워 "성급한 엔고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엔고수용"의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다음주 미국의 금리인상폭과 이에 따른 주가동향이
엔화추이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론 "엔고가 대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최근 엔화동향과 원인 =엔화는 19일 도쿄시장에서 달러당 1백11.58엔
(오후3시)에 거래됐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1백16.75엔까지 치솟으며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
를 이어갔다.

엔고의 원인은 세계의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일본경기회복의 기대감으로
엔화를 매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손에 쥔 엔화를 일본주식시장에 투자한다.

올들어 29%나 상승한 닛케이평균주가가 이를 반증한다.

18일의 급격한 엔고는 일본계 생명보험회사 자금의 급속한 "귀국" 때문이란
관측이다.

투자자금을 역류시킬 만큼 일본의 경기회복양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다시 상향 조정된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2%(연율 8.1%)였다.

6월의 산업생산증가율은 3.2%(29개월만의 최고증가폭)였으며 7월 조강
생산량도 5.2%(20개월만의 증가)나 늘었다.

결국 미국의 호황이 끝나간다는 우려속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이 유력시되는 일본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 엔고영향과 당국의 움직임 =엔고는 불황탈출을 노리는 일본기업들의
수익성회복에 발목을 잡는다.

특히 가격경쟁이 심하고 수출비율이 높은 산업분야일수록 엔고에 직격탄을
받는다.

전자업체인 파이오니어는 18일 당초 소폭의 흑자를 예상했던 2.4분기(3월-
6월) 실적이 2백22억엔 적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엔고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소니 캐논 등의 업체들도 사정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달러당 1백10엔 밑으로 들어설 경우
간단치 않은 일이 된다.

일본의 정책당국은 이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95년에는 갑작스런 엔고가 나타나면서 경기회복세가 고꾸러지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이 때문에 "성급한 엔고는 바람직하지 않다"(구로다 재무관)는게 정책당국
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말뿐이지 구체적인 행동은 없다.

일본은행의 하야미 총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시장개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총리부의 관계자들도 "엔화강세는 일본의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다.

지난 6,7월동안의 엔고에 7차례(3백억달러규모)나 시장개입을 하며 "엔고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미.일 정책협조에 의한 시장개입이 어렵다고 인식한 일본
금융당국이 사실상 엔고수용으로 돌아서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엔화전망 =단기적으론 내주 국제금융시장의 동향이 큰 분기점을 이룰
전망이다.

오는 24일 열리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재 소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일 경우 자금의 일본유입은 가속화되고
엔고는 이어질 수있다.

그러나 이미 소폭 금리인상의 영향은 시장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이같은 엔화추세를 속단할 수는 없다.

중장기적으론 속도의 문제일뿐 엔고가 대세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경기가 얼마나 확실한 회복기조를 굳히는가, 미국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할 수있는가, 아직은 미약한 유럽경제가 빨리 회복사인을 내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