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가 "재벌해체"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대해 "그런 뜻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경영투명성 제고 등 기업
개혁 5개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재벌의 금융지배 개선 등 3가지 원칙이 추가된
것"이라며 "재벌이 업종전문화를 통해 개별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재벌을 해체할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기호 경제수석도 "재벌 해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그런 형태
(재벌)로는 경쟁력을 갖출수 없으므로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재계자율"을 강조했다.

청와대가 "재벌해체"라는 직접적인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재벌로부터 불필요한 반감을 사는 것은 물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기업 개혁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재벌이
해체되는 효과가 나타날텐데 굳이 극단적인 용어를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박 대변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축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부의 재벌
구조 청산작업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이기호 수석은 "재벌개혁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재계회의에서 재계를 제외, 정부와 채권단만으로 회의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재벌이 제2금융권 경영에 관여해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어 재벌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경영구조를 개선
하는데 주력하고 앞으로 소유구조를 개선하는 작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김태동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도 16일 국민회의 정책위의 "중장기
정책방향수립" 세미나에서 강연을 통해 "재벌개혁 유도에 미흡한 은행
임원진은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재벌에 거대여신을 해준 사람들이 재벌개혁을 할수는 없다"며
"과거지향형의 금융계 인맥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재벌정책에 대해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긴급임원회의를 갖고 과민반응을 자제하고 기업구조조정 과제를 충실히
이행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전경련은 김 대통령의 경축사를 계기로 정부와 재계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특히 일각에서 김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를 "재벌해체 선언"
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대해 "청와대에서 먼저 재벌해체의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문제가 있다면 조속히 고치겠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또 이날 회의에서 대우문제로 인한 국민경제 파급효과를 최소화
하기 위해 더이상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수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