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늦게 발표된 "수익증권 환매안정대책"은 기관투자가와 개인의 협조를
얻어 마비상태에 빠진 채권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긴급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려면 이들의 환매자제와 협조가 필수
적이다.

모두가 손해를 덜보기 위해 환매에 나서면 공멸할 것이나 인내를 갖고 자제
하면 공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책을 서두른 배경 = 환매를 더 미룰 경우 회사채수익률이 두자리수로
치솟고 주가도 폭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당초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방안 발표 때 환매
대책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었다.

이는 대우문제에 따른 채권.자금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7월26일
부터 시행했던 기관투자가의 공사채형 환매금지가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기관들은 막아 놓은 채 개인과 일반법인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공사채형 환매가 급속히 일어났다.

7월26일부터 8월11일까지 환매된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무려 10조원이나
된다.

투신(운용)사들은 이같은 환매요구에 맞추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있던
채권을 시장에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회사채수익률이 지난 10일 연9.91%까지 치솟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자"는 거의 없는 가운데 "팔자"만이 쏟아져 채권시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하루빨리 추가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당연했다.

<>채권.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 기관과 개인들이 이번 대책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

정부의 대책을 믿고 환매를 자제할 경우 자금시장은 안정되고 주식시장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기관들은 당장 환매해도 대우채권부문 만큼은 돌려받을 수없는데다
정부가 여전히 협조를 요청하고있는 상황이어서 급전이 필요한 기관 외에는
적극적으로 환매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자들도 대책 발표후 90일까지는 대우채권 부분에 대해 50%밖에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곧바로 대량 환매가 일어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기 위해 앞다퉈 환매할 경우엔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자금.주식시장도 함께 무너질 우려가 높다.

그동안 환매금지로 자금난을 겪었던 기관들의 환매가 쏟아지고, 개인과
일반법인들도 우선 찾고 보자며 환매를 요구할 경우엔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굿모닝증권의 한 관계자는 "기관들은 환매금지가 풀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막대한 규모의 환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전문가들은 기관과 개인들의 공사채형 환매가 많을 경우 회사채수익률이
12~13%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대우문제와 채권시장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주식시장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성공하기 위한 조건 = 결국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정부가 대우그룹
문제를 국민과 시장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말끔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
와 해결하고 있다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기관과 개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책 발표후 90일부터는 개인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할 경우 대우채권부분에
대해서도 80%를 지급토록 돼있다.

대우문제 해결이 여의치않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설 공산이 크다.

따라서 그 이전에 대우문제 해결의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