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6월, 주가가 상승세로 접어들었던 시절.

대학원에서 마켓팅을 전공한 열혈청년이 월급을 많이 준다는 말만 듣고
신한증권에 입사했다.

당시 신한증권은 미상장이어서 공개때 우리사주를 받으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는 상한가와 하한가도 모르는, 그야말로 주식의 주자도 몰랐다.

그럼에도 88년10월경에는 아무주식이나 사면 "따블"을 냈다.

그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정부가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주가를 떠받치겠다며 "12.12조치"를 발표하자
친척.친구.선생님의 돈을 끌어모아 미수금을 발생하면서까지 주식을 샀다.

결과는 10개월 뒤인 90년10월, 악명높은 "10.10깡통계좌정리"때 빈털털이가
됐다.

6천만원을 빌려 받았던 신한증권 주식도 아직까지 "노비문서"로 남아있다.

증권관련 베스트셀러중 하나인 ''주가학원론-무면허 주식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지침서''의 저자인 정의석 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39).

그는 "돈욕심"이 앞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가 값비싼 수업료를 낸 사실을 두고 두고 후회하고 있다.

주식과 인연을 맺은지 11년만에 이 책을 낸 것도 자신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투자자가 더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정 부장은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나 1백만원짜리 냉장고를 살 때는
몇집씩 돌아다니며 고민하는 사람들이 수천만원이나 들이는 주식투자에서는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도장을 증권사 직원에 맡긴 채 나몰라라는 듯이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그는 ''주가학원론'' 머리말에서 "이 책에 나오는 용어와 내용이 생소하거나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투자자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주식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있어 프로중의 프로인 외국인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주가지수선물.옵션등 파생금융상품도 거래되는등 주식시장은
이 책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어 이 정도의 공부도 하지 않는
채 주식투자에 나서면 수업료만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정부장은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주식투자는 운좋게 종목 하나 잘 찍어
일확천금을 얻는 요행수가 아니라 공부를 통해 고기잡는 법을 배움으로써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토.일요일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투자설명회나 ARS에 의존해
주식투자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주식과 주가에 대한 연구를 해서 독자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자는 것"이다.

''주가학원론''은 투자격언을 이용해 주가변동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것은 "어려운 주가.주식투자이론을 쉬운 투자격언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종합주가지수와 개별종목의 챠트(주가그래프)를
많이 등장시킨 것은 상상속의 도형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주가흐름을
봐야만이 내 것이 돼서 과거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가학원론''이 초보자용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읽어보고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으면 더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엘리어트파동이론이나 사케다 오법등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면허로 운전하면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듯이 공부를 하지 않고 섣불리
덤볐다가는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선물투자는 잃은 사람과 얻은 사람을 합하면 영이 된다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 뿐이며 실제로는 공부한 사람만이 먹는 아주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정부장은 "주가학"이라는 생소한 말을 만들어 쓴 데 대해서도 "주가는
통상적인 기술적분석과 펀더멘탈접근을 종합해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금리변동을 관찰해서 대책을 세우는
"Fed Watcher"가 있는 것처럼 주가흐름을 예의주시하는 "주가관찰자(Stock
Price Watcher)"가 돼야 주가에 대해 정확이 이해할 수 있고, 주식투자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집단심리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되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덧붙인다.

그는 92년에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은 종목(Doggie종목)을 "데일리"에
공표해 혹독한 어려움을 겪은 "필화사건"의 주인공이다.

"아직도 아닌 것에 대해 "노(NO)"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독자들이 이책에서 아닌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 주식투자에서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홍찬선 기자 hcs@ >

[ ''주가학원론''의 투자 10계명 ]

1.반락이 얕으면 반등이 크고 반등이 얕으면 반락이 크다("고점매수-저점
매도론"과 같은 의미)

2.쉬는 것도 투자다.

큰 수익을 낸 뒤에는 반드시 크게 베팅하지 마라.

3.젊은 시세는 눈을 감고도 사라.

적삼병(양봉 세개)출현, 20일 60일 이동평균선의 강한 돌파, 초대량거래의
수반등이 젊은 시세의 특징.

4.사기 힘든 주식은 팔기도 어렵다.

확인한 뒤 사도 늦지 않다.

비싸게 사는 것 같지만 그것이 싸게 사는 것이다.

5.주식과 결혼하지 마라.

남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 혼자만 좋아하다가는 소탐명실할 가능성이 있다.

6.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본전심리와 고점주가에 대한 미련이 투자실패의 최대 원인.

7.손절매 잘하는 사람이 주식투자 9단.

1백만원 투자해서 20만원 잃었을 때 그만두면 80만원은 남지만,
자포자기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8.주식을 사지 말고 때를 사라.

시간이 돈이다.

주식투자는 시간분석이고 시간거래이다.

9.남들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 꽃동산이 있다.

이 말은 주식투자는 미인투표라는 격언과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이다.

미인투표는 상승과 하락이 지속될 때 적용되며 뒤안길꽃동산은 상승에서
하락으로, 또는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될 때 적용된다.

10.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다만 밀짚모자도 밀짚모자 나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