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이스라엘의 벤처산업 현장을 둘러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 하나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과는 달리 벤처 현장에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꽤 많았던 점이다.

이들은 90년대 들어 옛소련에서 유입돼온 유태계 과학자들이거나 아니면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텔아비브시 근교의 키르얏와이즈만 기술인큐베이터.

보육센터 내 인원 80명중 30여명이 50~60대였다.

이들 장년층 가운데 인큐베이터 소장을 포함 상당수가 무보수로 일하는
발런티어들이었다.

"방학 때가 되면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유태계 교수등이 이스라엘로
들어와 기업 학교 등에 신기술 동향을 자원해서 전해준다"는 소장의 말은
감동적이었다.

벤처 강국 이스라엘의 진면목은 바로 기술적 원숙함과 사회적 봉사.협동정신
에서 찾을 수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및 벤처창업 열풍을 타고 새로운 사업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벤처지원산업"이다.

벤처 도우미를 자처하는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상지경영컨설팅은 이스라엘의 엔젤그룹을 연상케 한다.

올 하반기 들어 본격 활동을 펼치는 이 회사의 구성원은 서울대 상대 16기
동기생 16명.

전원 1958학년도 입학 동기생들로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현직에서 은퇴한 11명이 실제 업무를 수행한다.

남대우 전 신보창업투자 사장과 오준희 전 코오롱부회장이 회사 대표다.

손광식 전 문화일보 사장, 윤용석 전 주택은행 부행장 등 쟁쟁한 멤버들이
전문위원으로 포진해 있다.

남대우 사장은 "16명 모두 각기 다른 업무를 해온 사람들로 수십년간
쌓아온 전문지식과 경험을 잘 살려 사회에 봉사키 위해 뭉쳤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환경 분야 벤처기업 창업과정을 돕는 등 3건의 컨설팅 업무를
거의 무보수로 수행중이다.

한국종합기술금융(KTB) 재직 당시 손꼽히던 벤처캐피털리스트였던 이윤식씨
와 김희태씨는 벤처금융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벤처의 새 영역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벤처펀드 위탁 운영회사인 테크벤처를 최근 세운 것.

이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KTB 실리콘밸리 지사장을 지냈다.

김 사장은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KTB가 위기에 처했던 지난해 자금조달
및 운용업무를 맡아 실력을 보였던 주인공이다.

이들 환상의 콤비는 벤처 네트워크화의 성공모델을 낳겠다는 각오이다.

SK증권에서 인수합병 관련 업무를 했던 정진만씨는 아시아캐피탈얼라이언스
(ASCA)란 회사를 차려 벤처기업에 외자를 끌어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영어에 능통한 정 사장은 이달엔 대만 투자은행인 CDIB로부터 반도체
장비업체인 피에스케이테크사에 6백20만달러를 중개해줬다.

물론 커미션을 받지만 한국 기업들의 대외 이미지제고에 남다른 애를 쓴다.

이밖에 코리아벤처컨설팅(KVC) KCC 등 벤처 후원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달부터 벤처기업의 홍보업무를 무료로 대행해주는 KTB 벤처기업광고.홍보
지원센터의 문상일 소장은 "벤처는 돈만을 위한 모험이 아니다"며 "헌신적인
사람들이 동참할 때 벤처의 황금꽃은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 moon@ked.co.kr >

[ 신설 벤처도우미 회사들 ]

<> 상지경영컨설팅
- 대표 : 남대우 오준희
- 업무내용 : 경영컨설팅.기술자문

<> 테크벤처
- 대표 : 이윤식 김희태
- 업무내용 : 벤처펀드전문운용

<> ASCA
- 대표 : 정진만
- 업무내용 : 외자유치대행

<> 코리아벤처컨설팅
- 대표 : 유원희
- 업무내용 : 초기 인터넷기업발굴

<> KCC
- 대표 : 이봉우
- 업무내용 : 엔젤투자.투자중개

<> 이코퍼레이션
- 대표 : 김이숙
- 업무내용 : 인터넷교육

<> 벤처창업정보원
- 대표 : 유재수
- 업무내용 : 창업아이템정보제공

<> 벤처기업광고.홍보지원센터(KTB)
- 대표 : 문상일
- 업무내용 : 광고.홍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