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혁 법안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변질되거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오는 13일까지로 예정된 제206회 임시국회 회기내에
37개 개혁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임시국회 폐회를 이틀 앞둔 11일까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당초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증권관련법 인권법 방송법 등 쟁점이 된 주요 법안의 회기내 처리는 이미
불가능한 실정이다.

게다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마저도 심의 과정에서 핵심 내용이 빠지는 등
변질되거나 수정됐다.

특히 소액 주주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관한 법"의
처리가 불투명해진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 법은 상장기업의 분식회계와 허위공시 등에 따른 투자자들이 피해를
막기위한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11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이 법안을 심의했으나
공청회를 개최해 충분한 여론을 수렴하자는 이유를 들어 추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상장사협의회 등이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법 제정에 강력히
반발한데 따른 결정이었다.

이 법안은 재무제표와 유가증권신고서, 공개매수신고서의 허위작성으로
인해 주식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주식을 단 한주라도 소유한 투자자가
집단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단소송이 제기돼 승소하면 피해를 입은 모든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상장기업이 소송에서 질 경우 막대한 금액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이 법안은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국회 교육위는 지난 10일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을 통과시켜 "개악"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위는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사립학교에 공익이사를 의무적으로
3분의 1이상을 둬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또 대학 학사운영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교무위원회를 설치하되 교무위원
의 절반 이상을 평교수로 구성토록 한 내용을 삭제한 채 고등교육법을
의결했다.

특히 분규학원에 파견된 임시 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 분규학원에서
원 소유주의 복귀를 쉽게 했다.

이에 따라 사항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국회가
교육개혁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여권은 이들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시 교차투표(cross voting)를
실시, 법안 처리를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개혁의지가 실종됐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법사위도 지난 1년여동안 논란이 돼왔던 변호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의 복수설립을 허용하고 변호사 수임비리 등을 근절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변호사들의 반발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무려 4년여를 끌어온 통합방송법 제정 작업의 경우도 여권 핵심부가
강력하게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통과를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에
가서야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는 정부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결정돼던 국군간호사관학교의
폐지방침도 백지화시켰다.

폐지에 따른 예산절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으나 정부 구조조정
을 위해 제출됐던 세무대학설치폐지법률안이 국회 재경위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밖에 새정부의 인권수호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권법, 농협과 축협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농업인협동조합법
등도 국회에서 햇빛을 볼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국회가 개혁을 뒷받침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압력단체의 로비에 밀려 주요 법안을 처리하지 않거나 아예 변질시키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 사무처장은 "소수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면 국회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며 "국회의원들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개혁
법안을 변질시키는 행태를 보이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 최명수 기자 nkkim@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