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년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과연 어떻게 멸망했을까.

외계인 침입으로 멸종됐다는 좀 황당한 설부터 시작해 대규모의 화산폭발로
인한 기후변화로 멸종했다는 설, 식물이 변해 굶어죽었다는 설, 전염병이
돌아 전멸하였다는 설 등 수많은 추측이 난무해왔다.

이런 가운데 요즘은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 그로 인한 파편과 먼지들이
대기를 덮어 대부분의 동.식물이 멸종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운석의 낙하지점으로 보이는 멕시코부근의 거대한 구덩이도 이 설의
타당성을 뒷받침해 준다.

비록 공룡들은 운석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역시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법.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는 이를 소재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짜내
영화팬들을 긴장시켰다.

혹시 언젠가 있을지도 모르는 소행성과의 충돌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두 영화에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자.

두 영화 모두 운석이 지구에 충돌해 온 인류가 멸망하게 되는 마지막 순간,
결국 영웅들이 지구를 위해 몸바쳐 막아낸다는 내용이다.

운석까지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 구덩이를 파 그 안에 핵폭탄을 장착해
터뜨린다는 설정도 똑같다.

그러나 닮은 꼴인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석의 발견 시기에 있다.

아마겟돈의 경우를 먼저 보자.

고장난 위성을 수리하던 우주 왕복선이 작업을 하던 중 정체 불명의 운석
파편에 의해 파괴된다.

이 소행성은 6천5백만년전 공룡을 멸종시켰던 운석보다 몇 배 더 큰 것으로
18일 후면 지구와 충돌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18일 후에 충돌한다는 부분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대목이다.

지구상에는 수만명의 아마추어 천체관측자들이 있고 그들은 단 한 군데의
사각도 없이 3백65일 내내 우주를 관찰하고 있다.

만약 운석이 지구를 향해 날아온다면 적어도 1년 전에는 충돌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충돌을 이미 1년 전에 예측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딥
임팩트는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그렸다 할 수 있겠다.

영화 "아마겟돈"은 위의 예 말고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사실들이 많이
등장해 허점이 많은 영화로 남았다.

처음에 운석의 부스러기(전혀 관측도 되지 않았음)인 자동차만한 바위들이
시가지 한복판에 우수수 떨어져 난장판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관측도 안될 정도의 작은 바위는 물론 대기권을 통과할 수 없다.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대기권 진입시 사그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할 때 직접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지구 주위를 빙
돌면서 비스듬히 들어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또 우주선이 운석에 접근할 때 파편에 부딪쳐 어마어마한 속력으로 운석
표면에 곤두박질치는데도 우주선에 탑승한 주인공들이 멀쩡하게 살아나
일을 하는 장면은 아무리 중력이 약한 운석에서의 일이라 해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그렇게 애써 파묻으려고 했던 핵폭탄도 그냥 표면에서
터뜨리기만 했어도 충분히 진로를 바꿔 지구를 비켜가게 할수 있다고 한다.

"딥 임팩트" 역시 몇 시간동안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핵폭탄을 파묻어
폭발시켜도 안되니까 마지막에 우주선으로 운석에 직접 부딪쳐 박살을 내는
장면은 왠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준다.

물론 재미라는 면에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들도 오히려 영화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내용이 사실이건 허구이건 둘 다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영화 속의 운석이 실제로 지구에 떨어지게 될는지 또 혹시 떨어진다면
언제쯤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만일 실제로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게 될 경우 그 때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에서처럼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나타나리라고 기대해보는 것은
너무 영화를 많이 보아온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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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수

<>한국과학기술원 전산과 2년 (영화동아리 은막 회원)
<>next98@ kaist.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