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용환 수석부총재가 오는 18일까지 13일간 유럽 여행을 하기 위해
6일 출국했다.

김 부총재는 이날 출국에 앞서 김포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남이
거주하는 폴란드를 찾는 것"이라며 "머리도 식힐겸 체코 헝가리등 동유럽을
두루 둘러볼 방침"이라고 여행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김 부총재가 내각제 개헌 유보 이후 김종필 총리와 사실상 "심정적
결별"을 하고 "독자행동"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어
서 그의 "유럽여행"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총재는 이날 출국 배경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상세히
답변했다.

그는 "지난 5일 강창희 전 총무와 골프를 쳤다"며 "이 자리에서 국내외
사태에 대한 걱정을 함께 했고 앞으로 백의종군하는 만큼 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만나 함께 상의하자고 했다"고 소상히 털어놨다.

강 전 총무와 행동을 같이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총리와 여행일정을 상의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예의상 찾아가는 것이
도리인데 오히려 (김총리의)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 총리 불신임 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말에는 "오랫동안 그분을
모셨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상황으로 발전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려 김 총리에 대한 감정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김 총재는 이번 여행중 향후 자신과 충청권 의원들의 진로를 놓고 다각적인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나의 거취문제를 자민련 내부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자민련을 벗어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신당창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한 측근은 "김 부총재가 귀국하면 뭔가 구체적인 가닥이 잡힐것"이라며
9월의 전당대회가 무산될 경우 김 부총재가 내각제 개헌유보에 따른 충청권의
민심을 명분으로 내세워 일부 충청권 의원들과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비쳤다.

한편 이날 김포공항에는 이인구 부총재를 비롯한 충청권의원 대부분과
박구일 김동주 의원등 소속의원및 당직자 50여명이 나와 김 부총재를
배웅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