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자이너들의 세계 패션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창조성 부족, 예술 감각 미비 등을 이유로 선진 패션대열에서 홀대받았던
미국 디자이너들이 최근 국제 무대에서 잇달아 두각을 나타내면서 패션시장의
주역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

미국을 대표하는 간판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과 랠프 로렌, 다나 카렌은
유럽및 아시아 시장에 아메리카 열풍의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타미힐 피거,
게스 등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오스카 드라 렌타, 니콜 뮐러, 존&데이비드, 신시아 롤리
에서 나이키와 갭에 이르기까지 신인과 거대 기업 할것 없이 모두가 자국
패션의 세계 시장 공략을 거들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탈리아인들에게 전해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나 이브생 로랑이 프랑스인들에게 불어넣어 주는 자존심과 같은 역할은
아닐지라도 미국 디자이너들의 시장 공략의지는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다.

매년 뉴욕 컬렉션을 취재하기 위해 곳곳에서 몰려드는 기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패션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스포츠 캐주얼이 21세기
패션의 중요한 컨셉트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스포츠와 캐주얼은 프라다 등 유럽의 전통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새로운 패션 테마지만 이제 본고장인 미국이 런던부터
도쿄까지 전세계의 여성들을 매혹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캘빈 클라인은 영국 런던의 뉴본드 스트리트에 초대형 CK매장을 오픈했고
이에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와 파리에도 역시 매머드 사이즈의 매장을
확보했다.

캘빈 클라인과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디자이너 브랜드 다나 카렌 역시 97년
가을 런던 뉴본드 스트리트에 플래그십 숍을 오픈한바 있다.

이미 전세계에 75개 이상의 매장을 열어 놓고 있는 랠프 로렌은 미국
브랜드중 유럽시장에서 사업성공 확률이 가장 큰 브랜드로 꼽힌다.

2년전 런던에 세운 단독 전문점이 성업중이며 올해는 이탈리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미국 디자이너들의
유럽 진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브랜드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 디자이너들만의 공격적 마케팅과 역동적인 영업활동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미국 디자이너의 신선함 역시 유럽인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요소중 하나다.

예를 들면 다나 카렌의 강점이기도 한, 색다르면서도 미국적인 트렌드의
제시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중 CK(캘빈 클라인의 캐주얼 라인)나 DKNY(다나 카렌의 캐주얼 라인)와
같은 값싼 옷들은 20대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최고급 디자이너 라인은 아직까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인들에게
너무 비싸다는게 패션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만달러의 캘빈클라인 옷이 아르마니나 베르사체와 경쟁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얘기다.

또 가격이 비싼 아르마니 드레스와 역시 고가의 다나 카렌 드레스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면 유럽 소비자들은 주저않고 전자쪽을 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
은 말한다.

가격에 대한 저항은 패션에 대한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랑스 파리
소비자가 특히 심하기로 이름높다.

파리인들은 자신들의 땅에 매장을 연 미국 브랜드에 대해 "품질과 디자인은
극찬할만큼 뛰어나지 않지만 가격은 적당하다"는 평을 내린다고 현지 언론들
은 전하고 있다.

또 "미국 브랜드는 입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유럽에서 찾지 못할 정도의
신기함은 갖추지 못했다"고 혹평을 내리는 파리지엔도 적지 않다.

이같은 점을 종합해 본다면 미국 명품브랜드의 해외 시장 정복 꿈은 다른
지역에선 순탄한 궤도를 달릴지도 모르나 파리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