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는 백토로 만든 틀 위에 철분이 들어있는 유약을 입혀 1천2백50~1천3백
도 정도에서 구워낸 자기다.

이때 유약의 색은 초록이 섞인 푸른색으로 고려인들은 이를 비색이라
불렀다.

청자는 통일신라 말기부터 만들어졌으나 고려시대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제작되고 그 모양도 더욱 세련돼졌다.

특히 12세기는 청자가 꽃을 피운 시기였다.

12세기 전반기에 만들어진 청자구형주자(국보 제96호.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는 물을 담는 주전자다.

당시의 세련된 공예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물을 넣는 수구,
물을 따르는 주구, 몸통, 손잡이로 구성돼 있다.

몸체는 두툼해 보이는 연꽃무늬 위에 앉아 있는 거북의 모습을 새겼다.

연꽃 줄기를 꼬아 붙인 모양으로 손잡이를 만들었다.

얼굴 모습은 거북이라기보다 오히려 용에 가까운 상상의 동물을 표현한
것이다.

이마 위의 뿔과 수염 갈기 눈 이빨 비늘 등 각 부분이 정교하면서도
부드럽게 다듬어져 감탄을 자아낸다.

거북의 등 가운데에는 잎맥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작은 연잎이 오므라진 채
붙어 물을 담도록 되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거북의 몸체는 물을 담아야 하는 기능을 고려해 비교적 크고 당당하게
표현했다.

유약의 광택은 적은 편이지만 은은한 윤기가 흐르고 각 부분에 고르게
퍼져있다.

우아한 비색과 뛰어난 조형기술이 돋보여 고려청자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높이 17.2cm, 몸지름 20cm, 밑지름 10.3cm, 배지름 14.5cm.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