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플라시도 도밍고가 우리나라를 처음 찾았을 때 국내 관객들에겐
낯선 한 소프라노가 그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세종문화회관에 모인 관객들은 도밍고의 명성에 걸맞는 파트너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었다.

이미 유럽에서는 "칼라스가 재래" 했다는 평을 받은 루치아 알리베르티였는
데도 말이다.

그의 숨겨진 재능은 금방 빛을 발했고 관객들은 박수의 절반을
알리베르티에게 보냈다.

사실 알리베르티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레코딩 비즈니스에 대한 그의 반감때문.

실제 공연보다 음반을 통한 감상법에 익숙해 있는 성악애호가들과 이를
이용한 음반업계의 상업주의가 싫어 음반녹음을 기피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유럽의 주요 오페라하우스에서 줄곧 주역으로 올랐다.

특히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에서 다른 가수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성가를
쌓아갔다.

그가 첫 메이저레이블 음반인 "초상(A Portrait)"(BMG)을 내놓았다.

웬만한 소프라노도 독집앨범에 집어넣을 엄두를 못내는 어려운 곡인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중 "정결한 여신"이 들어있다.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중 "줄리엣의 왈츠", 푸치니 "쟌니 스키키"중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니노 로타 "대부" 등 모두 12곡을 불렀다.

북서독일 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페터 페라네치)연주.

(02)3420-0127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