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이 10억달러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는데 실패했다.

한빛은행은 30일 뉴욕에서 해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DR가격 입찰신청서를
받았으나 응찰가격이 6천~7천원대로 기대치(9천원정도)보다 너무 낮아 9월
이후로 발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위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개정했던 상장법인 재무관리규정을 지난 29일
또다시 개정, 한빛은행 DR발행가격을 낮춰줬으나 외국투자가들을 붙잡지는
못했다.

한빛은행은 지난 4일부터 한달간 김진만 행장 등 임직원들이 도쿄 런던
프랑크푸르트 뉴욕 등을 돌아다니며 투자설명회를 열었으나 잇따른 돌발
악재로 DR를 발행하지 못했다.

한빛은행은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과 대우사태 발생 등으로 해외투자가
들의 관심이 떨어져 DR발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사일 발사논란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S&P 등 외국신용평가기관의
대우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이 막판에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계는 한빛은행의 DR발행이 실패함에 따라 9월과 10월에 예정된 외환은행
조흥은행의 해외DR발행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은 각각 10억달러의 DR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한빛은행의 실패로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를 해외DR발행을 위한 주간사회사로 선정해
해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DR 입찰가격을 받았으나 대부분 6천~7천원 정도를
제시했다"며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 발행일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은 7천원대에서 DR를 발행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할인폭이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라 발행연기 쪽으로 바꿨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DR를 발행할 경우 관련 규정을 또한번 고쳐야
하는데다 비싼 값에 주식을 매입한 국내투자가들의 반발마저 예상돼 이같이
결정했다.

한편 금감위는 상장법인이 해외DR를 발행할 때 기산일전 한달평균종가와
일주일평균종가, 기산일종가중 무조건 "가장 높은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정했으나 앞으로는 "가장 낮은 가격"도 선택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