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방향이 대우 문제로 극히 불투명해졌다.

대우자동차가 자생력을 갖춰 회생하면 더 없이 다행이다.

2사 체제가 안정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은 한 단계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된다.

문제는 대우자동차가 자생력을 잃을 경우다.

자동차산업은 또 한 차례의 커다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게
분명하다.

박태준 자민련 총재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대우는 정부와
약속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대우자동차의 지분을 상당부분 넘기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주)대우 정도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대우자동차와 (주)대우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대우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 진전없는 GM과의 협상 =대우-GM간의 협상은 답보 상태다.

GM이 위기 상황의 대우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설 일이 없기 때문이다.

GM코리아 관계자는 "대우와 지분참여 협상이나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지
않다"며 "어떤 형태로든 채권단이 대우 처리 방안을 확정한 뒤에 모든 것을
판단하겠다는게 GM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대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건설적인
입장에서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GM은 이미 부품사 델파이를 통해 대우기전과 대우정밀 섀시부문 등
부품사를 인수하는 등 폭넓은 협력체제를 갖췄다"며 "대우자동차와도 협력
방안을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자동차와의 협력도 부품 분야의 협력처럼 사안별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자동차 전체를 놓고 협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며 국내외 공장 가운데
GM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자금을 넣겠다는 얘기다.

<> 대우자동차의 자생 노력 =대우는 GM과의 협상과는 별도로 다른 해외
메이커와 외자 도입 협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업계도 대규모 M&A(기업인수합병)와 더불어 복잡한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어 손을 잡을 곳도 만만치 않다.

지금으로선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 자금력이 있는 업체 일부와 유럽 메이커
일부가 가능성 있는 협상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해외 메이커와의 협상을 통해 모두 20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한다는 생각이다.

대우는 대우기전, 대우정밀 섀시부문을 GM 계열 델파이에 매각, 곧 3억달러
이상이 유입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 대우전자 등 계열사 매각 대금이 유입돼 국내외 부채를
상환하면 충분히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대우차와 삼성차 모두에 관심 없다는 현대 =대우 문제로 가장 혼란을
겪는 곳은 현대자동차.

대우가 자생하지 못하면 당장 현대에도 큰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가 최근 삼성차 인수설을 서둘러 진화한 것도 쓸데 없는 논란에 말리기
싫다는 표현인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 조기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뿐 다른 회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삼성이나 대우의 문제를 현대와 결부시키지 말아달라"
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가 만약 해외 메이커에 매각된다면 현대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대가 대우를 넘겨 받는 것도 무리다.

대우 문제가 현대의 골치를 썩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