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박 총재는 지난 27일 "김 회장이 경영실패로 낙인 찍힐 수도 있을 텐데
(구조조정을) 잘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정리하면 명예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구조조정 작업을 마친 뒤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친
셈이다.
박 총재는 또 29일에는 대우가 스스로 생산 시설을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없으며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했다며 간접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조업에서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김 회장이 해외에서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사업을 벌였다는게 박 총재의 판단이다.
현 정부의 "경제 전도사"를 자임하면서 재계의 빅딜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 총재가 김 회장에 대해 이같은 발언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총재 측근들은 제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는 박 총재가 무역과
금융 위주로 성장해 온 대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대우의 경우 기반이 약해 경기 변화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결정될 수 있는 등 취약한 기업이라고 박 총재는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회장이 한때 대통령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치 스캔들"이
일어난 것이 박 총재를 자극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박 총재가 지난 92년 민자당을 탈당하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었을 당시에
김 회장이 박 총재를 찾아와 신당 창당을 권유했으나 거절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이와 함께 현정부 들어서 박 총재는 유화와 반도체 자동차를 서로 맞교환
하는 이른바 "3각 빅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이같은 구상에 대해 전경련은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을 주축으로 박 총재의 아이디어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고 이
과정에서 감정의 앙금이 생기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박 총재가 특정 민간 기업 문제를 정치권에서
언급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지만 김 회장에 대해서는
불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그 속내를 설명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