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가 낮은 금융기관에 자금을 빌려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자금중개 관계자는 "2금융권에 대해 라인(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양상이
보이고 있다"며 "콜자금 최대공급원인 투신사들은 일부 증권사에 콜공급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안전성이 높은 은행에 빌려 주길 선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투신사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될 우려가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몸을 사리자는 분위기는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여기에다 미매각 수익증권마저 크게 불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고객의 환매요청 등으로 생긴 미매각 수익증권은 증권사에 따라 1조원을
넘는 곳도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금융기관간 자금흐름에 이상조짐이 보이자 금융기관간에는 자금확보
경쟁이 일고 있다.

한 은행은 증권사에 콜자금을 빌려줬다가 그날자로 회수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한 투신사의 경우 지난 27일 만기가 4~5개월 남은 통안증권을 은행에 팔아
3천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매각손이 발생했지만 자금확보가 우선이었던 셈이다.

재테크 차원에서 다른 금융기관에 맡겨 놓은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은 모 종금사의 발행어음에 맡겨 놓은 5백억원의 만기가
도래하자 즉각 반환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또 지난 97년말이후 폐쇄된 종합금융사에 지원했던 자금을
조속히 돌려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은 8조원에 달하는 미지급 채권의 원금과 이자만 돌려받으면 자금
흐름에 숨통이 트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정용 금융통화위원은 "대우사태가 금융기관간 신용경색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시장이 조기에 안정돼야만 이같은 우려가 덜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기관간 자금흐름이 선순환으로 복원되지 않으면
기업대출 시장이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