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 한국은행 총재 >

[ 도서명 : ''앞선자가 이긴다''
저자 : 에드워드 챈슬러

(Devil Take The Hindmost-A History of Financial Speculation
:By Edward Chancellor, Farrar, Straus and Giroux, New York.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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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외환및 증권시장에서는 금융자본 투기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매우 크다.

개방과 자유화가 가속된 경제는 항상 투기자본이 공격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시장 거래자의 수와 규모도 날로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기의 경제적 성격과 성공조건, 그 폐해 인식이 투기자본에 대한
핵심적 관심이다.

특히 외환.증권시장 공격과 방어 그리고 투기소득의 사회적 문제인식이
중요하다.

마침 역사학도로서 투자은행가였으며 경제평론가인 에드워드 챈슬러
(E Chancellor)가 그의 책 앞선자가 이긴다(Devil Take The Hindmost-A
History of Financial Speculation : By Edward Chancellor, Farrar, Straus
and Giroux, New York. 1999)''의 서장과 발문외 9장에서 금융투기의 성질과
역사 그리고 그 전망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의 논지를 소개한다.

많은 서구의 현대 경제학자들은 투기가 자비로운 경제행동이며 항상 합리적
동기에서 발현되나 가끔 반대 결과를 야기한다는 견해를 지니고 있다.

특히 억만장자인 금융자본가 조지 소로스(G.Soros)는 격증하는
투기자본력이 세계 금융위기 발생을 가속시킨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우리는 투기와 도박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둘 다 게임의 성격을 지닌다.

다만 투기는 혁신을 유도하는 생산적 경제활동의 범주에 속하나 도박은
철저한 비혁신적 비경제적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감한 승부욕이 투기와 게임활동의 원천인 점은 같다.

때문에 보수적이거나 상황판단 속도가 느리면 투기와 도박행위를 삼가야
한다.

미국인 특히 유대인의 기질은 금융투기활동에 적합한 것으로 인식한다.

개척시대부터 금융 투기활동 등을 통해서 격렬한 경쟁과 높은 위험선호
성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1990년대의 초호황인 미국경제처럼 한편으로는 강한 경쟁력과 활동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1930년대 대공황처럼 잠재적 취약 원천이 되기도 한다.

양면성을 지닌 금융투기의 성공비결은 강한 승부욕과 적시의 시기선택
기술(timing)에 달려 있다.

치고 빠지는 시기선택 감각과 과감성이 그 예다.

이런 감각은 형식논리와 계산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정보와 동물적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각국이 투기자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켜야 한다.

여기에 탁월한 대응감각이 필수적이다.

월가의 금융투기 귀재로 알려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마이런 숄스
(M.Scholes)와 로버트 머튼(R.Merton)이 운용한 LTCM도 한때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작년에는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릴 만큼 수치스러운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상황인식과 행동의 시기선택 실패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시장가설하에서는 금융자산가격이 모든 가용 정보를
반영하고 새 정보에 적응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옳지
않다.

금융시장 요동상황은 불균형과 비합리성으로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금융투자가들은 이런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기 어렵다.

더구나 조직적인 정보수집능력과 합리적 의사결정 역량을 지닌 기관투자가에
대응하기 힘들다.

일시적으로 게임에서 이길 수는 있어도 언젠가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지게 된다.

진 자가 내가 아니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수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크게 이겼다는 소문이 집단적 투기심리를 자극한다.

이런 군집행위가 때로는 다같이 지게 하거나 투기의 생산성과 혁신성을
오도한다.

우리 시장 참가자의 성격은 여기에 속하는 것 같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기대의 군집성을 회피하는 것이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투기의 역사는 결코 혁신을 바탕으로 한 생산적 경제활동을 벗어나면 이를
보호하지 않았다.

아무리 과감한 승부욕이 있더라도 역사적 교훈을 외면해서는 경제도
개인적 후생도 극대화되기 어렵다.

에드워드 챈슬러(E.Chancellor)의 "앞선 자가 이긴다"는 정책수립가와
학자에게는 물론이고 투기성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