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금융대책은 사실상 "금융계엄령"이라고
할수 있다.

금감위는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무릅쓰고 기관 순매수 유지, 수익증권 환매
자제 요구 등 극단적인 처방을 단행했다.

이 고비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IMF위기극복도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국익을 넘어 국운을 걸고 (시장불안 요인들과) 싸운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정부 대책에 대한 외국인 시각이 좋고 나쁜지를 떠나 일단 불을 끄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다.

사정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뭉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흩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다.

노동부 담배인삼공사 한국토지공사 공무원연금기금등이 사욕을 부렸다.

이들은 증권사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수익증권 환매를 요구했다.

이유도 가관이다.

"실제 환매가 가능한 지 궁금해서 요청해봤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외환은행은 이사회 절차를 거치느라 이틀간 지원을 늦춰 금감위의
애를 태우게 했다.

삼성투신운용은 초기에 대우를 지원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 와중에 환매를 요구하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은 어느나라 공복들인지
궁금하다.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돈을 환매받고 지원대열에서 빠지면 당장은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가 서로 조금씩 손해보더라도 참여하자고 뭉쳤다.

그러나 자기만 살겠다는 몇몇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망가지면 이땅에 발을
딛고 있는 한 그들도 피해를 면할 수 없다.

삼척동자도 알만한 이런 간단한 사실을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금융기관들이
모른다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안간다.

IMF사태를 맞아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감원 감봉의 고통을 견뎌냈다.

추락하던 경제가 이정도까지 회복된 것은 국민들의 피와 땀에 의한 것이지
구조조정이 가장 더디다는 정부나 공공기관들 덕이 결코 아니다.

그들이 자기몫 지키기에 여념이 없을 때 서민들은 금반지 금목걸이를
내놓았다.

임진왜란때 왜군을 물리친 것은 관군이 아니라 의병들이었다.

대우쇼크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런 와중에 조선시대 "관군"들의 행태를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