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은 천재들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세심한 관찰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
만 있으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지요"

육군 선봉부대의 홍재석(48) 원사.

그는 27년동안 군대에 몸담으면서 3천4백여점에 달하는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

사흘에 1개꼴로 아이디어를 토해낸 "군 발명왕"인 셈이다.

홍 원사의 꿈은 어려서부터 "훌륭한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지난 72년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발명에 관심을 가진 계기도 남들을 도우려는 마음에서였다.

첫 발명품은 지난 74년 겨울 만들어낸 "폐드럼통을 이용한 온수 순환장치".

난로 주위를 감은 파이프를 드럼통 두개에 연결, 찬물이 난로를 한바퀴
돌아나오면서 따뜻해지도록 설계했다.

더운 물을 사용하기 어려웠던 당시 군대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해결하기
위한 것.

추위에 떠는 동료들을 위하는 훈훈한 마음도 한몫했다.

이 장치로 그는 육군 참모총장 포장을 받았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발명인생"이 시작됐다.

홍 원사가 개발한 것은 주로 군수용품.

국방.군사분야에서 8백96개의 직무발명을 쏟아내 무려 1백32억원의 국방예산
을 절약했다.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생활발명품도 수두룩하다.

<>페인트롤러에 필요한 양의 페인트만 묻혀주는 짤판 <>손쉽게 접거나 펼 수
있는 휴대용 빨래판 <>23가지의 운동기능을 갖춘 체력단련기 등이 그것이다.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군대에서 발명을 하기란 쉽지 않다.

많은 개인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기 때문.

하지만 병영이나 민간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창조활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홍 원사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92년부터 육.해.공군 초청강사로 나서 수많은 사병들에게 발명의
꿈을 심고 있다.

지금까지 강연을 다닌 부대는 2백39개.

그 덕분에 군대내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제안제도가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지난 92년 분기당 80~90개에 불과하던 발명제안 건수가 이제는 5백~6백개에
달하고 있다.

홍 원사는 또 27개 초.중.고교에서 발명 명예교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업 연구소 등 산업현장을 뛰어다니며 발명의 토양을 일구고
있다.

그는 외부 강연을 쫓아다니느라 한달의 절반 이상을 병영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홍 원사는 5년 뒤면 정든 군을 떠난다.

하지만 그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1국민 1발명 시대"를 여는 것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이에게 둘러싸인 그는 앞으로 한국의 "발명 꿈나무"를
키우는데 진력하겠다고 다짐한다.

< 이방실 기자 smil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