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의 미국 대통령선거는 공화당의 랜던(Alfred M. Landon) 후보와
민주당의 루스벨트(Franklin D.Roosevelt) 후보의 대결이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iterary Digest)라는 잡지사는 1천만명의 유권자에게
설문지를 우송한 뒤 2백30만명으로부터 회수한 응답을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라 이 잡지사는 랜던이 루스벨트를 여유있게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루스벨트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이
됐다.

무려 2백30만명이나 되는 유권자를 조사했는데도 이런 실수를 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는 축소판, 닮은꼴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잡지사는 잡지의 정기구독자와 전화번호부를 근거로 1천만명을 선정해
설문을 보냈다.

당시의 미국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잡지의 정기구독자나 전화보유자는
소득이 높은 계층에 속했다.

더욱이 그 해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후보(혹은 후보가 속한 당) 선택이
유권자의 소득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즉 소득이 낮은 계층은 민주당, 높은 계층은 공화당을 특히 선호했다.

따라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가 뽑은 표본 속에는 루스벨트 후보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조사결과가 틀렸던 것이다.

이 실수는 짧은 선거여론조사의 역사 속에서 가장 유명한 실수로 기록되고
있고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그 후 폐간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표성이 없는 표본은 그 크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모집단의 특성을 올바르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실수는 반복된다고 했듯이 1948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한 여론
조사가는 똑같은 실수를 했다.

그는 전화조사를 근거로 공화당 후보인 듀이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트루먼이 당선됐다.

표본에는 전화를 소지하고 소득이 높은 편인 공화당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지 못했던 것이다.

<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