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5천만원이 붙은 탈옥수 신창원이 붙잡혀 세상이 온통 신창원 판이
되었다.

웬만한 뉴스는 다 시시해졌다.

신창원이 우리들 삶에 끼치는 영향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환멸"과 권력에 대한 혐오감을 심화시킨 경기도지사 부부 사건,
정치권의 변동 조짐, 대우 그룹 문제 , 마른 장마로 인한 가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창원이 뉴스의 중심에서 떠나지 않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는 몇 권의 일기장을 사회에 남겼다.

그 일기 몇 토막이 신문에 실렸다.

일기 전체를 읽지 못해 다 알 수는 없지만 실린 글 내용만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일탈자"를 만들어내는지 그 경로가 확연해진다.

그의 경험 속에는 하나의 생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절대량의 사랑을 줘야
할 가정과 부모, 어린이에게 최초의 사회생활을 하게 하는 초등학교와 교사,
생활화된 불평등,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마저 파괴하는 교도행정, 경찰의
무능과 파렴치, 언론의 경박성, 특권 부유층의 한 단면을 짐작케 하는
부분들이 있다.

거기다 자신을 영웅이나 의적으로 미화하지 말라는 충고는 이 사회에 대한
극단적 조롱이 아닌가.

물론 이런 것을 "범죄사회학" 어쩌고 하며 분석해버리고 넘길 수 있다.

또한 일탈 계층에 대한 한순간의 멸시를 통해 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 사회, 국가, 가정, 개인이 유기적 생명체라는 걸 명심한다면
신창원은 우리가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몸에 균형이 깨져 위는 튼튼한데 심장이 약하다면 건강을 잃는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마음의 균형이 깨져 정신병을 앓게 된다.

가족중 병든 사람이 있으면 우울하다.

불우하고 가난한 이웃들에 둘러싸인 환경은 불안감을 만든다.

짚신 장사만 잘 되고 우산 장사는 배를 곯게 되는 자연재해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마지막으로 균형을 생각할 때에 와 있다.

모든 불균형의 원형을 찾아내는 일, 탐욕과 오만의 권력화를 막는 일,
치명적 불균형이 자유민주주의로 둔갑되는 일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마침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무릇 좋은 정치란, 혹은 훌륭한 정치가에게 바라는 임무는 바로 이런
것이다.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