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대우 채권단이 부채
일부를 탕감하는 방식으로 대우 부실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스 회장은 23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 경영자
세미나에서 강연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대우의 사업성에 비춰 볼 때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도 부채를 다 갚기 어려운 만큼 채권단이
부실 대출의 책임을 지고 손실을 분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스 회장은 "대우 문제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만큼 대우는 물론
채권단도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 채권단이 대우에 신규로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결정에 대해 "또다른
손해를 낳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으로 평가하지 않는듯 했다.

존스 회장은 실패한 경영인의 퇴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빚을 갚지 못하면
경영진이 나가야 하며 기업 총수등 오너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그룹의 소유.경영분리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측 지분은
11%에 불과하고 외국인 지분이 절반이나 되는 만큼 주주들이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소유.경영 분리보다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일 서울은행 해외 매각과 관련, "외국인들은 한국 정부가 과연 이
은행을 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매각 성사 여부가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한국투자문제를 설명하며 존스 회장은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이유 때문에 비난받는 사회분위기가 외국인의 투자의욕을 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스 회장은 이에 앞서 가진 강연(주제:한국경제의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위한 제언)에서 "한국 기업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빚이 많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기업이 경영을 투명하게 하면 새
기업문화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는 돈을 많이
빌려준 채권단뿐 아니라 채권단을 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기도 한 만큼
위정자를 잘못 뽑은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존스 회장은 특히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
가는 것을 우려하는 국내 여론을 의식, 한국인들은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들도 한때 록펠러 센터 등 명소와 기업이 일본인에게 팔리는
것을 보면서 울분을 느꼈지만 지금 미국 경제는 잘 뻗어가고 있다"고 설명
했다.

미국의 자산을 일본 자본에 팔았지만 그 자산이 오키나와로 가지는
않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인들도 이 점을 교훈삼아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외국인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